한전 社史는 우리나라 전력의 역사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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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3월 해질녘 어스름이 짙게 깔린 경복궁 내 건청궁. 작은 불빛이 깜빡깜빡하다 갑자기 밝아지자, 주위에 모인 이들이 모두 ‘와’ 하며 감탄을 터뜨렸다.’

한국전력공사 사사(社史)는 조선에 처음 전기가 들어온 장면을 이처럼 묘사했다. 당시 조선 정부는 미국의 전기회사인 에디슨에 의뢰해 경복궁 향원정 연못가에 발전설비를 세웠다. 당시 사람들은 난생처음 본 전깃불을 보고 ‘연못물을 먹고 불이 켜졌다’며 ‘물불’이라고 불렀다.

전기에 관심이 많았던 고종은 1898년 황실 자본을 투자해 국영 기업인 한성전기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전력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것이 한전의 모태(母胎)다. 이후 100년이 넘게 이어진 우리나라 전력의 역사는 한전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한성전기회사는 1900년 4월 10일 종로 거리에 3개의 가로등을 세우며 거리를 비췄다. 정부는 처음으로 길거리에 전깃불이 들어온 이날을 ‘전기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전력위기는 광복 이후 찾아왔다. 당시 발전량의 90%를 생산하던 북한이 남한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던 남한은 1961년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등 전기회사 3곳을 통합해 ‘한국전력주식회사’를 만들었다.

경제 개발이 본격화된 1970년대부터 국내 전력 산업도 빠르게 발전했다. 1978년 ‘고리 원자력 1호기’가 준공하고 원자력 발전 시대도 열었다.

‘한국전력주식회사’는 1982년 한국전력공사로 개편됐다. 이어 1989년 8월 국내 주식시장에도 상장했다.

한전의 해외 진출은 1995년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의 성능복구사업 수주로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해외사업 누적 수익이 1조 원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독점 산업인 전력 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한전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한전의 지분은 2006년 말 현재 정부와 산업은행이 각각 지분의 21%, 30%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2001년 한전의 발전 부문을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자회사로 분리했다.

이어 발전자회사의 민영화를 위해 2003년 한국남동발전의 매각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2004년에는 배전 부문의 분리계획도 중단돼 현재 민영화 논의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한전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현재도 “전력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므로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민영화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기120년사(史)

1887 경복궁에서 국내 최초의 전등 점화

1898 한국전력의 모태 ‘한성전기회사’ 설립

1899 서울 시내에 첫 전차 운행

1900 종로에 첫 가로등

1948 북한으로부터 단전(斷電)

1961 한국전력주식회사 탄생

1982 한국전력공사 체제로 전환

1994 한전 주식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2001 한전 발전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리

2005 개성공단에 전기 공급 시작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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