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늘리고… 건설업계 ‘아파트 분양률 높이기’ 열전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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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아파트(수명산 SK뷰)를 분양한 SK건설은 217m²(65평형)짜리 11채를 계획했다가 막판에 이를 둘로 쪼개 108m²(32평형) 22채로 만들어 내놓았다. 대형 아파트를 내놨다가 미분양으로 남아 골치를 썩이느니 작은 아파트를 여러 채 파는 ‘박리다매(薄利多賣)’형에 승부를 건 것. 실제로 108m²짜리는 1순위 청약에서 모두 마감됐다.》

분양가 제한과 금융 규제로 고전 중인 주택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고 원가를 줄이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내놓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아파트 크기를 축소해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을 줄이고 미분양 가능성을 낮추는가 하면 원가 절감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곳도 많다.

○ 분양가 상한제 앞두고 소비자 눈높이 맞추기

주택업체들은 9월 본격적인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면 수도권보다는 지방 현장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이들 지역의 공급 예정 물량을 털어내기 위한 아이디어에 골몰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르면 다음 달 경남 진주시 초전동에 내놓을 아파트(초전푸르지오) 830채를 당초 126∼210m²(38∼63평형)짜리 6개 타입으로 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중대형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달 1차 분양을 실시한 결과 중대형은 선호도가 확실히 떨어지는 반면 중소형은 수요가 있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

대우건설 측은 “최대 크기를 160m²(48평형)로 낮추고 중소형을 많이 배치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며 “126∼160m², 3개 타입으로 줄여서 사업승인을 다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건설도 다음 달 울산 북구 매곡동에 내놓을 월드메르디앙 2686채 중 60%인 1600여 채를 중소형으로만 구성했다. 1인당 소득이 전국 1위인 울산(2005년 기준 3751만 원)은 전통적으로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지역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소형으로 수요가 급격히 옮겨 갔다는 게 월드건설 측의 분석.

분양대행사인 도우IND 손상준 사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도입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동원력이 떨어진 데다 중대형은 종합부동산세를 물어야 할 가능성이 높아 중소형 아파트가 그나마 잘 팔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 원가 낮추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승부

아예 아파트 원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예전처럼 분양가를 높게 받지 못하는 만큼 원가를 줄여 이익을 보전하겠다는 것.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은 주택 건축에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적용하는 방안을 물색 중이다. 초고강도 콘크리트는 기존 콘크리트보다 얇게 바를 수 있어 내부 공간이 넓어지는 데다 건조 기간도 짧아 공기(工期)를 30%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를 단축시키면 그만큼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일부 대형 업체 중에는 아예 외부 디자인과 단지 내 조경을 더욱 차별화해 ‘고난의 시기’를 제품 경쟁력으로 돌파하겠다는 곳도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외관 디자인을 특화하기 위해 미국 KMD사(社), 홍콩의 LWK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GS건설은 올해 아파트 디자인 모토를 ‘근경(近景)에서의 특별한 경험’으로 정하고 아파트 필로티, 주동(棟) 출입구, 로비 등을 특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GS건설 측은 “당분간 주택사업 부문에서 이익이 덜 나더라도 특화된 고급형 아파트 공급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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