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도 없이” 거품론 vs “선진 증시로” 낙관론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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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가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렸다.” 코스피지수가 25일 종가 기준으로 2,000을 돌파함에 따라 한국 증시의 새 장(場)이 펼쳐졌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4월 9일 1,501.06으로 1,500 선에 진입한 뒤 불과 3개월 보름 만에 2,000을 넘어섰다.》

하지만 증시가 조정다운 조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단숨에 2,000 선을 돌파하자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주가 거품 논란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자세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과열인가, 내실 있는 성장인가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23일까지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5%가량 오른 반면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33%가 넘었다. 주가 상승 속도가 기업 이익 증가 속도보다 6배 이상 빠른 셈이다.

유가 상승과 원화 가치 강세(원화 환율은 하락), 중국의 긴축 정책 등 악재가 많아지고 있지만 증시는 이런 변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질주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반면 오랫동안 저평가됐던 한국 증시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이제 13 후반이어서 여전히 세계 시장평균(15)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그만큼 상승할 여력이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거침없는 증시 추이가 1999년의 정보기술(IT) 버블을 연상시킨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안태강 삼성증권 연구원은 “IT 버블 때는 기업 실적에 관계없이 단순히 기대감만으로 지수가 폭등한 반면 올해는 조선, 기계, 철강 등 기업들의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지수가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선진 증시로 나아갈 교두보 구축”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 2,000시대 진입은 한국 증시가 제 가치를 인정받으며 본격적으로 선진 증시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 금융업은 제조업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쳐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게 사실”이라며 “전통적으로 강했던 제조업뿐 아니라 부진했던 금융업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한국 경제가 선진 경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은 데는 기업의 실적 개선과 함께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04년부터 간접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부동산으로 치우쳤던 가계 자산의 무게중심이 금융자산으로 옮겨 오는 등 투자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도 한몫했다.

○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코스피지수가 2,000 선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1989년 1,000 선을 넘어선 후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1,000 선을 돌파했지만 10여 년간 박스권에 머물렀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른 측면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낄 경우 최대 300포인트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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