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을 받아 주오, 코리아” 외국기업들의 ‘작업 비법’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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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난후이(先難後易).’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인 하이얼그룹이 2004년 한국법인 ‘하이얼코리아’를 세우며 내세운 전략이다. ‘외국기업이 진입하기 힘든 한국 같은 시장에서 성공해야 쉬운 시장에 진출하기 편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한국 시장과 소비자는 까다롭고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공략에 성공한 외국기업들의 ‘코리아 생존법’은 남다르다.

○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는 ‘기본의 기본’

외국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는 ‘AS가 안 되면 생존도 없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AS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기대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집약된 것 같다는 것이다.

외국기업들은 AS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의 대표 기업을 따라 잡는 것은 역부족인 만큼 ‘양보다 질’ 위주의 AS 전략을 택하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액정표시장치(LCD) TV를 2년간 무상 보증 수리해 준다. 대체로 보증 기간은 1년이다. 최근에는 AS센터가 없는 지역의 고객들을 위해 무상 택배 수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실시되는 것이다.

덴마크의 명품 홈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뱅앤드올룹슨’은 아예 ‘비포(Before) 서비스’에 승부를 걸었다. 고객이 원하면 120kg이 넘는 대형 평판TV를 직접 고객의 집에 설치해 사전 테스트를 해 준다. 다른 기기와의 호환 여부까지 다 점검한 뒤에야 구입 의사를 묻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AS센터가 없기로 유명한 델 컴퓨터도 세계 최초로 한국에 AS센터를 열었다. 필립스전자는 37개 공인 AS센터의 자료를 전산화해 ‘질 높은 서비스’로 승부하고 있다.

○ 싸고 친근한 제품을 ‘미끼’로 활용하라

독일의 세계적 명품 가전회사인 ‘밀레’는 한때 높은 가격 때문에 한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법인인 ‘밀레코리아’는 “가격 저항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주부들의 ‘청소기 체험’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본사에 건의했다.

본사에서는 그런 접근 방식이 “명품 이미지를 망친다”고 크게 반대했고 한국법인의 안규문 대표가 직접 독일로 건너가 설득 작업을 벌여 간신히 승낙을 받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밀레의 30만 원대 청소기를 써 본 주부들이 “마음에 쏙 든다. 밀레의 다른 제품도 써 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얼코리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텃세’에 밀려 대형 전자상가나 할인 매장에서 고전하다 주요 언론매체를 공략하는 광고 전략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 한국인의, 한국인을 위한 제품을 만들라

BMW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한국 고급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지난해 한글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자사 판매 차량에 적용했다.

특히 벤츠는 소형차 B200을 들여와 판매하면서 ‘마이B’라는 별도의 명칭 사용을 본사로부터 허가 받아 화제가 됐다. 이런 사례는 벤츠가 판매되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커피메이커와 토스터 등을 만드는 ‘크룹스’는 한국 판매용 토스터에만 ‘먼지 방지용 뚜껑’을 달았다. 깔끔한 관리에 관심이 높은 한국 주부들이 뚜껑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만년필 제조업체인 ‘파카’는 올해 한글 필기용 ‘소네트 복(福) 컬렉션’을 선보였다. 영어 알파벳을 쓸 때 손목과 펜의 각도가 50도인 반면 한글은 70도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모토로라코리아도 최근 한국 시장만을 위한 휴대전화 ‘스타택 Ⅲ’를 내놓았다. ‘스타택’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사랑이 세계에서 가장 컸다는 이유 때문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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