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표’ 개혁 드라이브, 빛과 그림자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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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임기는 4년,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임기는 3개월에 그칠 수도 있다. 분기(3개월)별 실적에 따라 CEO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 1월 2일 LG전자의 CEO로 취임한 남용(사진) 부회장의 6개월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었다.

남 부회장은 그동안 본사 인력 재배치와 과감한 외부 인사 영입,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사업 구조조정, 일본 도요타식 낭비 제거 운동 등으로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감을 높여 왔다. 그 반면에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직 내부의 동요와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 주식시장에서 순항하는 ‘남용’ 호(號)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LG전자 ‘남용’ 호의 6개월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지난해 말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7조96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한때 11조2500억 원까지 올랐다. 약 41%나 증가한 것이다. 취임 초 5만 원대였던 주가는 요즘 8만 원을 오르내린다. 일단 증시에서는 ‘남용’ 식 개혁 드라이브를 인정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각종 투자 보고서들도 LG전자에 대해 ‘강도 높은 체질개선작업 진행 중’(삼성증권), ‘새로운 얼굴’(미래에셋증권), ‘휴대전화 놀랍고 가전 역시 세다’(하나대투증권) 등의 제목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남 부회장은 2주마다 열리는 경영회의에서 고객의 불만이 담긴 고객센터 통화 내용을 15분 정도 듣는다. 그 ‘소리들’ 중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면 해당 사업본부장이 직접 관련 보고를 하도록 할 정도다.

LG전자를 글로벌 조직으로 키우는 데도 거침이 없다. 인사(HR) 마케팅 구매 같은 핵심 분야의 책임자로 외국인을 영입할 계획이다.

○ CEO는 빛나지만 LG는 어둡다?

“맥킨지 관련 질문은 그만해 주십시오. (맥킨지 얘기가) 조직 내부의 화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5월 남 부회장은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의 구조조정 등에 대한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평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불쾌한 듯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것도 결국 그의 책임이라는 것이 LG전자 안팎의 평가다. 맥킨지의 마케팅 전문가인 박민석(38) 씨와 최명화(42) 씨가 핵심 요직인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와 인사이트마케팅 팀장(상무)으로 영입됐고 남 부회장은 ‘맥킨지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는 “여기가 LG전자냐? 맥킨지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3월 본사 인력 900명 중 약 40%를 재배치하는 개혁을 단행하고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외부 인사들이 쏙쏙 임원으로 영입돼 오자 ‘전통 LG맨’들의 사기는 급전직하했다. 부서 인원의 절반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조직도 생겨났다.

○ ‘남용’만의 개혁? LG전자의 변화?

한 상무급 임원은 요즘 주말에도 고등학생 딸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남 부회장이 이끄는 LG전자에서는 영어 못하면 자리 보전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영어 최우선’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젊은 직원들 중에서도 “남 부회장의 혁신 방향은 대체로 맞다. 그런데 개인의 역량은 어떻게 키워줄 것인지 하는 ‘어떻게(How)’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남용’ 식 개혁의 성패를 논하기는 아직은 일러 보인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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