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국내 미니기업]<19>극세사 클리너 제조업체 은성코퍼레이션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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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코퍼레이션은 머리카락 100분의 1 굵기의 극세사를 가공해 반도체 장비를 닦는 와이퍼, 극세사 수건 및 침구류 등을 만드는 해당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다. 정밀 반도체 장비를 닦는 극세사 와이퍼를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수준으로 먼지를 제거한 은성코퍼레이션의 클린룸 작업실. 박영대  기자
은성코퍼레이션은 머리카락 100분의 1 굵기의 극세사를 가공해 반도체 장비를 닦는 와이퍼, 극세사 수건 및 침구류 등을 만드는 해당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다. 정밀 반도체 장비를 닦는 극세사 와이퍼를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수준으로 먼지를 제거한 은성코퍼레이션의 클린룸 작업실. 박영대 기자
은성코퍼레이션은 극세사 원사를 섬유업체에서 구입해 이를 재가공해 제품으로 만들어 낸다. 극세사를 가공이 가능한 실로 만들려면 평균 200가닥 이상을 꼬아야 한다. 직원들이 이렇게 가공된 극세사 섬유를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은성코퍼레이션은 극세사 원사를 섬유업체에서 구입해 이를 재가공해 제품으로 만들어 낸다. 극세사를 가공이 가능한 실로 만들려면 평균 200가닥 이상을 꼬아야 한다. 직원들이 이렇게 가공된 극세사 섬유를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은성코퍼레이션이 자리 잡은 서울 구로구 구로3동은 가산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안쪽으로 한참 들어간 곳이었다. 위치는 외졌지만, 회사에는 활기가 넘쳤다. 공장 정문으로는 컨테이너 트럭들이 쉼 없이 드나들었다. 1층의 작은 생활용품 매장은 일반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극세사(極細絲) 생활용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공장까지 직접 찾아온 것. 생활용품 매장을 지나쳐 안으로 한참 들어가니 공장이 나왔다. 공장에 들어서려면 우선 이중 보안문을 통과해야 했다. 신발을 벗고 보안문을 통과하자 발바닥을 뭔가가 끈적끈적하게 잡아끌었다. 양말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끈끈이였다.》

美3M도 감동한 정밀기술 日기업 제치고 세계1위로

보안문을 두 개나 통과하고 끈끈이도 거쳤지만, 주 작업실인 클린룸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하얀색 방진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극세사 클리너를 만드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을 뿐이었다.

○ 사무실보다 깨끗한 공장

클린룸에 들어가려면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에어샤워를 해야 한다. 정전기 방지 처리가 돼 먼지가 달라붙지 않는 방진복을 입은 것으로도 부족해 마지막 먼지 하나까지 떨어내는 것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클린룸의 천장과 벽, 바닥은 온통 먼지를 여과하는 필터로 덮여 있었다. 이 방의 먼지 수준은 ‘클래스 1(Class 1)’.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0cm인 공간에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인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먼지가 한 개 이하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나 가능한 최고의 청정도다.

이 클린룸에서는 머리카락 100분의 1 굵기의 극세사를 이용해 극세사 와이퍼를 만든다. 극세사 와이퍼는 초정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나 반도체 제조 장비의 먼지 등을 닦아 내는 제품이다.

클래스 1 수준의 클린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3.3㎡(1평)당 약 1000만 원. 이 회사는 42.97㎡(13평) 규모의 클린룸 2개와 클래스 1000(같은 기준으로 먼지가 1000개 이하) 수준의 극세사 와이퍼 포장 절단용 클린룸 1개를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충북 음성군에 10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 성장 동력인 나노 섬유 제조공장도 세웠다.

극세사는 일반 섬유보다 훨씬 가늘다. 세균이나 집먼지진드기 등의 번식을 막고 흡수력도 뛰어나다. 은성코퍼레이션은 이 점을 이용해 극세사를 안경닦이나 수건, 행주 등 클리너 제품부터 스포츠 의류와 침구류에까지 응용해 제품을 만든다.

이 덕분에 은성코퍼레이션은 2006년부터 극세사 클리너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극세사 관련 제품은 연간 4000만 장 이상. 매출은 지난해 363억 원이었고, 올해 1분기(1∼3월)에는 98억 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5%에 이른다.

○ 북미지역 독점 계약 쾌거

은성코퍼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2000년 3M과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부터. 당시까지 극세사 제품 세계 1, 2위는 일본의 화섬업체 도레이와 데이진이었다.

브랜드에서 밀리던 은성코퍼레이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8년 전시회에서 만난 미국 3M의 바이어에게 샘플을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수세미, 행주 등 각종 클리너 제품을 만들던 3M의 브랜드만 이용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3M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래서 일본 납품 업체에 요구하는 수준의 높은 기준으로 샘플을 만들어 보라고 요구했다. 은성코퍼레이션은 단번에 이 기준을 만족시켰다.

깜짝 놀란 3M은 점점 더 기준을 높여 주문했다. 이미 계약 중이던 일본 업체와의 계약을 깰 수 없어서 은성코퍼레이션을 단념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은성코퍼레이션은 기준이 높아질 때마다 새 기준을 만족시켰다.

이렇게 2년간 은성코퍼레이션이 3M에 보낸 샘플만 1t 트럭 2대 분량. 결국 3M도 감동했다.

2000년 3M은 일본 기업과의 계약이 끝나자 은성코퍼레이션과 계약했다. 3M은 극세사 제품 전량을 은성코퍼레이션에서 공급받고, 은성코퍼레이션도 북미에서는 3M에만 극세사 제품을 판매한다는 독점계약이었다.

지금 은성코퍼레이션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4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한다. 일반적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과 다른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이다. ODM 방식은 설계 및 제조를 은성코퍼레이션이 맡기 때문에 OEM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 빠른 결정으로 틈새를 찾아라

은성코퍼레이션의 영업회의는 독특하다. 매주 영업부서 전 사원이 함께 참여한다. 국내외 영업을 담당하는 40여 명의 직원 모두가 이영규 사장과 마주 앉아 회의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장이 사원과 직접 토론하는 일도 흔하다. 임원과 팀장들은 실무를 더 꼼꼼히 챙길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과 실행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연구소와 디자인실 인력 30여 명도 사장 및 임원들과 함께 개발 회의를 한다. 경영진이 신기술을 알아야 새 시장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사장은 “틈새를 보는 능력과 빠른 의사결정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리대 시장 진출. 최근 이 회사는 생리대 제조업체 예지미인을 인수했다. 흡수력이 뛰어난 극세사를 이용해 생리대를 만들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해서다. 은성코퍼레이션은 극세사 목욕용품과 집먼지진드기를 막는 침구류 등도 처음 상품화해 성공시켰다.

이 회사는 매출액의 5%를 R&D에 사용하지만 특허 출원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 사장은 “특허 출원은 기본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누리는 지위를 방어하겠다는 의도”라며 “우리는 방어에 신경 쓰기보다 공격적으로 새 기술을 만들어 내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훈훈한 복지

스키장 신년회… 헬스클럽… 저리 대출…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즐길 권리 있다”

올해 초 은성코퍼레이션은 신년회를 스키장에서 했다. 12번째 여는 스키장 신년회였다.

외환위기 때문에 사채까지 얻어 썼던 1999년 초에도 회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스키장 신년회가 열렸다.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는 즐길 권리가 있다.”

이영규(48·사진) 사장의 신년사는 이게 전부였다.

은성코퍼레이션처럼 기술력으로 대기업과 경쟁하는 작은 회사는 직원들의 충성도가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다. 그래서 이 회사는 모든 직원을 회사의 핵심 인력으로 생각하고 복지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신년회와 같은 혜택 외에도 하루 세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식당이 대표적이다. 아침을 거른 직원과 야근하는 직원도 식사를 할 수 있다. 주말에 근무하는 직원에게는 별도의 주말 식사비가 지급된다.

회사 지하에는 트레드밀(러닝머신)과 벤치프레스 등 각종 운동 기구가 가득 찬 헬스클럽도 있다. 운동을 마치면 커다란 욕조와 목욕 가운, 타월까지 갖춰진 사우나 시설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130여 명의 직원만을 위한 시설이다.

교육 지원도 대기업 못지않다. 직원들이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으면 학비는 회사에서 전액 지원한다. 외국어 학원 비용도 마찬가지다. 인재의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녀 학자금도 대학 학부까지는 전액 지원된다. 주택 구입 자금이나 전세 자금, 자가용 구입비 등에 대해서는 연 4.5% 금리의 사내 대출도 받을 수 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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