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합병 NO”산자부 “OK”…“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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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재편 등에 대비한 석유화학업종 등 일부 산업 분야에서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을 놓고 기업결합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해당 업종 담당 부처인 산업자원부 등의 의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내 교통정리가 안돼 분초를 다투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재계에서는 공정위에 대해 “정부가 기업을 도와주기는커녕 사사건건 괴롭히려고만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석유화학 M&A 둘러싼 정면충돌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한국표준협회 최고경영자 조찬강연에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M&A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거듭 밝혔다.

권 위원장은 “최근 산자부에서 ‘공정위 때문에 유화업계 구조조정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국제경쟁력을 위해 M&A로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산자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M&A로 국내 시장이 독과점화돼 소비자의 선택이나 경쟁을 저해하면 시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산자부는 “도대체 공정위가 경제 상황을 제대로 짚고 있느냐”며 공정위를 비판하고 있다.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공정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석유화학업계에서 자율적 M&A 시도가 나타날 경우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를 완화해야 한다”며 공정위를 ‘정조준’했다.

이러한 갈등은 지난해 말 대기업집단(그룹)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놓고 ‘출총제를 완화하면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는 공정위와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 강화는 안 된다’는 재정경제부, 산자부 등이 맞붙은 상황과 비슷하다.

○ 금융업 등에서 재연될 우려도

산자부가 유화업계의 M&A를 옹호하는 것은 자칫 1, 2년 뒤 ‘석유화학 대란(大亂)’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중동 산유국이 국내보다 60%가량 싼 원가를 무기로 유화제품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고 중국이 급속도로 관련 설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정위는 국내 소비자 후생을 내세워 특정 업종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기업결합을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유화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올해 2월 SK㈜ 등 국내 9개 석유화학 업체에 가격담합 혐의로 총 105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해당 업체들이 노골적으로 반기(反旗)를 든 데에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 간 갈등은 다른 업종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금융업체 간 M&A가 본격화될 텐데 이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시장점유율을 따져 원칙에 따라 기업결합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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