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놀아도 월급 받는 공기업은 역시 ‘神의 직장’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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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18%가 출근하지도 않고 월급만 받는 사례를 포함해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실태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부터 95개 정부 산하기관의 ‘경영혁신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115건의 위법 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주무 관청의 승인 없이 편법으로 직원들 임금을 인상하거나 사장 등 경영진의 지인을 부당하게 취직시킨 공기업도 있었다. 부당 취직엔 국회의원이 개입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년 1개월 동안 집에서 월급 수령=감사원에 따르면 감리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재택 근무’를 명목으로 출근도 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75%를 매달 지급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주량이 줄어들자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일감이 없는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 명목으로 집에서 대기하도록 했다”며 “지난해 감사 당시 직원 647명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115명이 재택 근무 중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2년 1개월 동안 ‘재택 근무’만 하고 7400여만 원을 임금으로 받은 뒤 다시 정상 출근한 직원도 있었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이러한 ‘재택 근무자’들에게 2005년에 모두 41억여 원의 임금을 지급했다.

▽편법 임금 인상과 방만한 경영=에너지관리공단은 2005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인건비 3% 인상안을 국회로부터 승인받았는데도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돈을 정부에서 받았다.

국회 승인 이후 실행 예산을 편성하면서 인건비 인상분 5억5200만 원을 추가로 반영하는 등 13억1200만 원이 증액된 예산을 주무 기관인 산업자원부에 신청했던 것. 감사원 관계자는 “국회 승인 내용을 모르고 공단이 요청한 예산을 승인 확정했던 산자부 담당자는 이 일로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비자금을 조성해 노동조합 집행부 등에 향응을 제공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2001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에 S종합인쇄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내용보다 적은 수량을 납품받은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모두 1억857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감사원은 이 비자금이 노조 집행부 등에 향응을 제공하거나 이 회사 간부의 개인 용도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 한국수출보험공사는 불필요한 해외 지사를 운영해 인건비 낭비를 지적받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업무량을 분석해 볼 때 필요가 없거나 해외 주재원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지역에 해외 지사를 설립했다”며 “감사를 해 보니 노조로부터 ‘해외 지사 설립’ 요구를 받은 경영진이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도 취직 청탁=한국전기안전공사는 2003년부터 3년 동안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지인들에게서 청탁을 받고 형식적인 인사위원회 절차를 거쳐 16명을 신규 채용했다. 2003년 입사자 중에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모 씨의 청탁으로 취직한 직원도 있었다.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은 2001년 이후 24명의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특별채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8명을 임의로 채용했다. 특히 1급 승진 대상자가 승진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을 1급으로 승진시킨 사례도 있었다.

▽공기업 성과급도 많아=대형 공기업의 평균 경영실적이 1년 전보다 거의 나아진 게 없는데도 기관별로 기본급의 200∼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예산처가 이날 공공기관의 경영실적 평가를 종합한 결과 14개 정부투자기관의 지난해 평균 경영실적은 100점 만점에 77.8점으로 전년도의 77.0점보다 0.8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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