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무서운 신인’ 중견기업… “국내 시장은 너무 좁다”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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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중견 기업인 휠라코리아가 미국계 투자펀드 서버러스와 휠라USA와 함께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했다. 사람들은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며 놀랐다. 새우의 고래 사냥은 계속됐다. 2005년 패션업체 성주인터내셔널이 독일 명품브랜드 MCM을 인수하고, 같은 해 이랜드그룹이 한국까르푸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유진그룹이 ‘국내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혔던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마지막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경쟁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유진이 6조 원 규모의 M&A에 성공했다면 단숨에 재계 상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중견 식품업체인 SPC그룹이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인수를 놓고 LG생활건강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중견 기업들이 갈수록 M&A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규모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먹잇감을 찾고 있다.

○ 30대 기업을 꿈꾼다

1969년 영양제과라는 제과점으로 창업한 유진그룹은 2004년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고려시멘트를 인수하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증권, 로젠택배도 인수했다. M&A를 통한 대형 건설회사 인수도 추진 중이다. 2001년 유진그룹의 자산 규모는 3500억 원. 하지만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

1980년 영세 의류매장으로 출발한 이랜드그룹은 2004년 뉴코아, 2005년 킴스클럽, 2006년 한국까르푸 등의 유통업체를 연이어 인수해 2003년 1조3000억 원 규모였던 자산 규모를 지난해 말 4조6000억 원으로 늘렸다. 동아건설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프라임그룹과 퇴출 직전의 회사들을 사들여 알짜 회사로 성장시킨 STX그룹 등도 M&A로 눈부시게 성장한 중견 기업이다.

중견 기업이 이처럼 M&A에 적극적인 것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준으로 중소기업은 종업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의 기업이고 이를 넘어서면 모두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매출액이 수백∼수천억 원인 중견 기업은 법적으론 대부분 대기업이다.

중견 기업은 중소기업처럼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하면서 대기업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빠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란 장점을 활용해 M&A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태 M&A스페셜리스트아카데미 대표는 “대기업들이 ‘문어발 확장’이란 비난 때문에 M&A에 소극적인 틈을 타 중견 기업들이 M&A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로 나가는 중견 기업

이랜드그룹은 올해 말 인지도 높은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최성호 이랜드그룹 홍보담당 이사는 “국내 기업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직접 해외 유명 브랜드를 인수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며 “올해 말 깜짝 놀랄 성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국내 중견 기업들은 해외기업 M&A에 적극적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가격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박성준 부사장은 “최근 M&A 대상이 될 만한 국내 기업의 값이 크게 오르자 중견 기업들의 해외 매물 탐색 및 인수 방법 컨설팅 요청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과감히 M&A에 나설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춘 투자은행 등 금융 및 제도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주량 연구위원은 “M&A에는 매물을 보는 눈과 저가에 사는 기술이 필요한데 한국도 이런 부분을 전담할 대형 투자은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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