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절반이 ‘수혈’-매년 5명 안팎 영입… 삼성식 시스템 경영도 도입
동부그룹은 다른 기업에서는 하지 않는 임원과 부·차장급 간부 사원에 대한 공채를 2001년부터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매년 5명 내외의 임원과 30∼50명의 외부 인재가 공채를 통해 ‘동부 가족’이 된다.
간부 사원 공채 외에 수시 채용도 병행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충원되는 인재는 이보다 많다. 동부그룹 임원 250여 명 중 외부에서 수혈된 사람이 120여 명이며 이 중 100여 명이 삼성 출신이다. 주요 계열사 사장 16명만 봐도 동부그룹 공채 출신은 동부익스프레스 최헌기 사장이 유일하다.
○ 김준기 회장의 인재 영입관
동부그룹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표현은 ‘삼성 따라하기’다. 삼성 임원들을 대거 영입해 그룹을 소(小)그룹 독립 경영 체제로 개편하는 것 등을 지적하는 말이다.
김 회장은 최근 동부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외부 인재 수혈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미국 성장의 원천은 이민정책이었다. 개방적인 미국의 이민정책에 따라 아인슈타인, 카네기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올 수 있었다.”
또 그는 “선진기업에 있던 다수의 인재가 동부에 와서 새로운 천지, 새로운 제도, 즉 한국의 표상이 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회사의 귀감이 될 수 있는 동부식 제도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외부 영입의 빛과 그림자
삼성 출신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 사장부터 임원을 맡으면서 ‘삼성식 시스템 경영’이 도입됐다. 성과급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고, 계열사별로 제각각이었던 업무 관리 매뉴얼도 통일됐다.
김 회장에게 집중됐던 권한도 계열사 사장한테 대폭 이양됐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임원 이상의 인사는 100% 회장이 관여했지만 지금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정도만 회장이 결정하고 나머지는 계열사 사장들이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동부의 시스템 경영은 실적으로 연결됐다. 2001년 5조8310억 원이었던 그룹 매출은 2006년 말 현재 10조588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기존 인력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회사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동부 직원들의 자부심 중 하나였던 ‘본인이 원하면 정년까지 동부에서 일할 수 있다’는 기업 문화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동부한농에서는 상무급 이상 임원 6명이 한꺼번에 옷을 벗기도 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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