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항소심도 유죄 "이재용씨 CB 헐값 인수"

  • 입력 2007년 5월 29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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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굳은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을 공모해 회사에 9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박노빈 (왼쪽) 에버랜드 사장과 허태학 전 사장이 29일 오전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고등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표정 굳은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을 공모해 회사에 9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박노빈 (왼쪽) 에버랜드 사장과 허태학 전 사장이 29일 오전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고등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을 불러 일으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허태학(63) 박노빈(61) 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조희대)는 CB 저가발행을 공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허 씨와 박 씨에게 29일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CB 저가발행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그룹 차원의 공모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CB 저가발행이 이 회장의 장남 재용 씨 등에게 CB를 몰아줘 지배권을 변동시킨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경영권 승계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혀, 상고심 공판과정에서 뜨거운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또한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됨에 따라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이 회장 소환 조사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삼성 측은 "재판부가 공모 여부에 관한 판단을 유보한 만큼 이 회장 소환 조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에버랜드 CB 가격은 모든 사정을 고려해 가장 낮게 책정해도 1만4825원 이상"이라며 "허 씨와 박 씨는 공모해 주당 7700원에 CD를 발행해 재용 씨 등에게 넘겼기 때문에 회사에 최소한 89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던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손해액을 이같이 산정하고 손해액 규모에 따라 가중처벌이 가능한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검찰 측은 회사의 손해액이 최소한 969억 원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허 씨와 박 씨는 암묵적으로 공모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CB를 발행에 재용 씨 등에게 몰아줘 지배권을 얻게 하고 회사에는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행위를 인식하고도 고의로 저질렀음이 인정되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허 씨와 박 씨는 1996년 10월 이사회에서 주주배정 방식으로 CB를 발행하기로 의결한 뒤 주주들이 실권하자 재용 씨 등 이 회장의 자녀 4명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CB 125만4777주를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삼성 측은 이날 오후 '피고인과 변호인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항소심 판결은 법리상 문제가 많은 만큼 대법원에서는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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