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모른다, 기술과 디자인의 불화를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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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사이엔 미묘한 긴장관계가 흐른다. 기술이 먼저냐, 디자인이 먼저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LG전자 모바일디자인그룹장을 맡고 있는 허병무(사진) 책임연구원은 기술과 디자인을 모두 섭렵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엔지니어 출신 디자이너다.

○‘나만의 작품’ 만들려 디자이너 전업

허 책임연구원은 1989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캠코더 등의 제품 외관을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 디자이너가 형태를 그리면 그 안에 부품을 배치해 보고 제품을 기술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1997년 업무를 디자인으로 바꿨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설계를 하다 보니 제품이 완성돼도 ‘내 것’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었어요. 저만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 디자이너로 직무를 바꿨죠.”

이후 그는 지금까지 데스크톱 PC, 노트북, MP3 플레이어, 오디오 등을 디자인하며 성공적이고 화려한 경력을 쌓아 왔다. 유럽 양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레드닷(reddot) 디자인상’에서 PC부문상을 7년 연속 수상했다.

디자이너 생활 초기엔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디자인을 할 때마다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할까’를 따지다 보니 혁신적인 디자인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디자이너라면 ‘확 질러 버리는’ 것도 필요한데 말이죠.”

그러나 궁극적으로 엔지니어 시절 경험은 디자인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형태는 되도록 배제하고, 무조건 고급스러운 소재만 욕심내기보다는 현실적인 비용을 고려했다. 그러다보니 엔지니어들의 신뢰를 얻게 됐고 의견 조율 시간이 줄어 제품 시판도 앞당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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