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기업 ‘무궁화전자’…‘편견 깬 품질’ 해외서도 “OK”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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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전자 김동경 공장장(서 있는 사람)이 핸디청소기 생산라인에서 이윤섭 대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무궁화전자
무궁화전자 김동경 공장장(서 있는 사람)이 핸디청소기 생산라인에서 이윤섭 대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무궁화전자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무궁화전자’ 앞마당. 예쁘게 가꿔진 정원과 분수대, 깔끔한 농구 코트와 아담한 기숙사 건물만 보면 작은 대학의 캠퍼스에 온 듯했다. 1층짜리 건물의 생산라인에 들어가서야 여기가 공장이란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무궁화전자는 1994년 삼성전자가 234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장애인 기업이다. 전체 임직원 170명 가운데 72.3%인 123명이 장애인. 그 중 77명이 1, 2급의 중증 장애인이다.

○장애에 대한 배려가 좋은 품질을 낳는다

생산라인은 공장답지 않게 조용했다. 휠체어에 앉아 일하는 직원, 보청기를 낀 직원, 왜소증 때문에 체구가 작은 직원 등 겉모습은 다양했지만 업무에 집중하는 열기는 어느 공장보다 뜨거웠다.

이 기업의 주력 상품은 핸디청소기, 스팀청소기, TV용 컨트롤 보드.

김동경 공장장은 “장애인들이 일을 잘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그야말로 편견일 뿐”이라며 “오히려 장애인 직원들은 집중력이 높고 손놀림이 섬세해 확실한 품질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무궁화전자가 미국 유럽 같은 선진국에 핸디청소기 등을 수출할 수 있는 것도 고품질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가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간마다 5분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는 것.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지 모를 직원들에 대한 배려다. 아침에도 5분 체조로 일과를 시작한다.

매년 6월엔 전체 임직원이 강원도 동해의 망상해수욕장으로 1박 2일의 ‘바다 체험’을 떠난다고 한다. 이 역시 평소에 멀리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장애인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정기행사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원 복지는 우리가 최고죠”

장애인들의 일터답게 곳곳엔 공장 측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기숙사가 있는 복지동과 공장을 연결하는 야외복도는 비가 내리면 커튼식 벽을 칠 수 있게 돼 있었다. 복지동에는 휠체어로 오르내릴 수 있는 경사진 통로는 물론 노래방 물리치료실 PC방 도서관 체력단련실 동호회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공중전화기의 높이나 화장실 구조 등 건물 곳곳의 시설들은 모두 하반신 장애인에 맞춰 만들어졌다.

임금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1995년 무궁화전자에 입사한 지체장애 1급 이윤섭(36) 대리는 “월급의 80%는 꼭 저축한다. 통장에 모은 것만 1억5000만 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 3만 원만 내면 되는 공장 기숙사에서 살면서 재산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공장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장애 때문에 일반 기업에 입사지원서도 못 내고 거절당한 적이 많았다”며 “지금은 이곳이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신명을 다해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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