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TA 재협상 왜 물고 늘어지나

  • 입력 2007년 4월 12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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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미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집요하게 거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협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쪽은 FTA 협상의 당사자인 미 행정부와 협상을 배후에서 연출하고 지휘한 의회다.

협상 공식 타결발표를 전후해 미국 정가에서 솔솔 흘러나왔던 한미FTA 재협상 문제는 12일(한국 시간)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의 발언에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반발하면서 파장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한국 압박용인가 자국 여론 무마용인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헤리티지 재단 초청 토론회에서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미 의회와 행정부가 노동조항 및 다른 FTA 관련 조항들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런 협의들이 끝나면 향후 (재협상) 방안을 한국측과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커틀러 대표가 미 의회와 행정부간 협의 대상이라고 지목한 부분은 '노동 및 FTA 관련 다른 조항들(labor provisions and possibly other provisions with respectto FTA)'이다.

재협상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타결 당시에도 추후 논의 가능성이 제기됐던 노동부문 외에도 여럿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측이 FTA의 재협상 또는 협정문 수정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먼저 이런 가능성을 제기한 쪽은 미국 헌법상 부여된 통상권한을 행정부에 위임한 미국 의회다.

최종 장관급 협상이 진행중이던 지난달 30일 미 하원에서 찰스 랭글 세출위원장과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장은 "한미FTA에 대한 검토기간은 법률상 의회가 합의안을 이해하고 특별한 우려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는 요지의 성명을 내 협상 수정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이어 몇 몇 의회 관계자를 중심으로 재협상, 수정 가능성을 계속 제기했고 급기야 협상과정에서 재협상은 없다는 우리측 입장을 전달받은 미측 협상 수석대표의 입에서까지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미국측의 발언이 육류 수출업계나 자동차 업계, 보호무역주의적 정치권 등을 의식한 계산된 발언인지, 아니면 이들의 불만이 실제로 먹혀들어 한국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 정부, 문구수정 이상은 없다 단언

정부가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를 끝까지 관철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미국 권력구조상 통상이 의회의 권한으로 행정부에 위임된 통상권을 의회가 회수하기 직전이라는 점, 신속협상권(TPA) 연장을 원하는 미 행정부가 의회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

한미 FTA가 타결됐다고는 하지만 내달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논의나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전문직 비자쿼터 협상 등 중요한 추가협상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는 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재협상 시나리오를 무시할 수만은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는 "TPA 하에서 미 의회는 FTA에 동의 여부만을 밝힐 수 있을 뿐"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미진한 부분에 대한 추가 논의가 진행되고 미 의회의 비준동의 명분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협상 내용이 부분적으로 건드려질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물론 이는 기술적으로 '재협상'이 아닌 '추가협상'의 모양을 띨 것으로 보인다. 통상법 전문가인 수륜법률사무소 송기호 변호사는 "무역촉진권한(TPA) 하에서 미국 의회는 협정의 가부만을 논의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비준동의안 제출 이전에 미행정부에 내용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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