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시대, 글로벌 법률산업 빅뱅]<6>美 로스쿨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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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 교육의 산실 하버드 로스쿨 미국 하버드 로스쿨의 랭델 하우스 전경. 초대 총장인 크리스토퍼 랭델의 이름을 땄다. 미국의 로스쿨들은 세계 시장을 통합해 가는 미국법의 진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법 교육의 산실 하버드 로스쿨 미국 하버드 로스쿨의 랭델 하우스 전경. 초대 총장인 크리스토퍼 랭델의 이름을 땄다. 미국의 로스쿨들은 세계 시장을 통합해 가는 미국법의 진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 세계가 우리의 강의실입니다(The World is our classroom).”

하버드 로스쿨의 학교 소개 자료에서 엘레나 케이건 학장은 하버드 로스쿨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말은 동시에 미국의 로스쿨 전부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다. 2005년 9월 미국의 인터넷 법률저널인 아메리칸로여닷컴에 따르면 그루지야의 정치 지도자들부터 이탈리아 다국적 기업 최고책임자, 일본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 대만의 정부 및 법조계 고위 관리들이 컬럼비아 로스쿨을 비롯한 미국의 유명 로스쿨 동문들이다. 모국으로 돌아간 미국 로스쿨 졸업생들은 자기 나라의 경제 개혁에 미국식 모델을 적용하고, 통상 분쟁이 벌어지면 미국의 로스쿨 동문에게 전화를 건다. 기업을 운영할 때에 로스쿨 교수의 대화식(1800년대 하버드 로스쿨에서 생겨난 일명 소크라테스식 강의법) 강의 경험을 떠올리는 건 기본이다.》

▽세계 경제의 만국 공용어를 가르친다?=이쯤 되면 아메리칸로여닷컴이 “미국 로스쿨이 세계를 지배한다(They Rule the World)”고까지 ‘큰소리’치는 것을 그저 과장된 것이라고 넘기긴 어렵다.

미국의 거대한 글로벌 로펌과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 경제의 주요 축이자 사실상 미국법의 전도사들이다. 이들과 협력하건 갈등하건 간에 모두 미국법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미국법적인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2001년 타임지는 “미국법 위주의 계약 관행과 기업 회계,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미국식의 법률지식은 많은 비(非)미국 학생이 미국에서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 국제 거래에 참여할 때 높은 경쟁력을 갖게 해 준다”고 지적한다.

컬럼비아 로스쿨 한국법연구소장을 지낸 노정호 연세대 법대 교수는 “미국 로스쿨에는 ‘세계화’라는 구호가 없다. 미국 로스쿨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경제의 요구를 유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로스쿨의 교육 내용 자체가 세계화의 한 현상인 탓이다.

노 교수는 “정보기술(IT)과 법, 경제와 법 같은 학제 간 강의들은 미국의 로스쿨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개설된 강의”라고 덧붙였다. IT 산업의 급격한 팽창과 관련한 법률 수요, 경영과 경제영역으로 지평을 넓혀 가는 법률의 최신 트렌드를 미국의 로스쿨은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과정에 반영했다는 얘기다.

미국 로스쿨들은 지향의 다양성도 강점이다. 컬럼비아대는 국제공법과 회사법, 뉴욕대는 세법, 조지타운대는 국제통상법이 강하다.

최근에는 로스쿨을 냉정하게 보자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유학생들은 주로 미국에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JD(3년) 과정이 아니라 LLM(1년) 과정에 몰린다. LLM 과정은 본래 JD의 심화 과정이었으나 최근에는 유학생들이 ‘로스쿨 간판’을 따는 경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로스쿨이 학위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국, 선택의 여지 있나=한국에서는 미국식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늦어지고 있지만 이미 미국 로스쿨 교육의 영향력 안에 들어서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 등 재판 당사자들에게 전해지는 법률문서의 효력을 판단하기 위해 한국의 판사들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변호사들의 조언을 받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2008년 말경부터 3단계로 법률시장 개방이 이뤄지고, 1단계로 2년 안에 미국 변호사들은 국내에서 미국법과 국제공법의 자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법조인들의 미국법 연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들은 “한미 FTA 체결에 즈음해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결국 미국식 분쟁해결을 둘러싼 논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 미국 변호사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기 위한 미국식 법률 교육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법률가 공저객임 강조…공공기관서 실습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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