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서 500만원 넘게 빌릴땐 소득증명 서류 제출해야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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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모(37) 씨는 지난해 초 한 대부업체에서 600만 원을 빌렸다.

선(先)이자 명목으로 60만 원을 뗀 뒤 3개월 후 660만 원을 갚는 조건(연리 88.9%)이었다. 이런 식으로 자금을 계속 빌린 결과 대부원금이 1500만 원이나 쌓였지만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올 하반기(7∼12월)부터는 정 씨처럼 대부업체에서 새로 빌리는 자금이 500만 원을 넘거나 기존 대출금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대부 계약 때 소득증빙서류를 내야 한다.

소득 수준에 비해 대출이 너무 많은 ‘과잉 대부’ 등의 문제가 심각한 대부업체는 국세청이나 검찰에 통보된다.

10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대부업 관리감독지침’ 제정안을 마련했다.

대부업법 개정안은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 이후 국회에 상정되고, 대부업 감독지침은 하반기 법 시행과 동시에 발효된다.

○시도지사에 분기마다 실적 보고해야

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부업체는 대부 계약 전에 신청인의 재력, 신용도, 부채 규모 등 상환 능력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이때 △대출 신청 금액이 5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신청인의 총대출잔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과잉 대부 우려가 있는 만큼 대출 근거로 소득 관련 증빙서류를 받아 둬야 한다. 또 전국 1만7500여 개에 이르는 등록 대부업체는 지금까진 시도지사에게 정기적으로 대부 실적을 보고할 필요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분기마다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금감위 위원장과 행정자치부 장관 등은 단속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 업체를 즉각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경찰 등에 통보해야 한다.

법 개정안은 이어 대부업체 광고 때 ‘○○캐싱’ ‘○○크레디트’ 같은 상호만 사용해선 안 되고, 업종을 명시해 소비자가 비(非)제도권 금융회사란 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금리 상한선 내리면 음성화 우려”

최근 대부업체가 고객에게 적용하는 최고 이자율 상한선을 현행 연 66%에서 연 40%로 낮추는 방안이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큰 폭의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재경부에 제출한 ‘금리 상한선 하향조정 효과’ 분석 자료에서 등록 대부업체에 적용하는 최고 금리를 60%로 내리면 전체 대부시장 규모(18조 원)가 8조6040억 원(47.8%)가량 감소하는 반면 이 감소 금액만큼 음성적인 대부시장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대안금융 육성해야”

금융감독원이 최근 사(私)금융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10명 중 3.3명은 ‘그냥 대출이 안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알아서 찾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서민들이 대부업체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쉽게 조달하게 하기 위해 금융 업종별로 서민용 대안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천대 이찬근(경영학)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강한 규제로 대부시장이 음성화하면 서민층이 자금을 융통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며 “다양한 형태의 서민금융회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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