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금규]中企FTA 해법은 ‘작지만 강한 기업’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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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로 한국 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협상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중소기업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가슴이 무겁기만 하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 중소기업계는 큰 시련기에 접어든다. 일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으로선 미국 시장 진출의 기회가 늘어나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업체는 존립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지금까지 비교적 안일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기에 더욱 그렇다. 고도의 기술과 정보력을 지닌 미국 중소기업의 제품에 어떻게 맞서겠는가.

이제라도 경쟁력 혁신을 위한 획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낙후된 기술과 노후된 생산 시설로는 한미 FTA가 불러올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기초 설비인 주물과 금형 시설, 열처리와 단조 시설은 선진국 수준에 비해 너무 노후했을 뿐만 아니라 생산 기술이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질 좋고 값싼 미국산 제품이 밀려들면 일반 소비제품을 생산하는 영세 기업이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범국가적 대책이 없으면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

국내에는 300만 명에 이르는 영세 기업인과 자영업자가 있다. 대부분 낡은 시설과 고유의 전통적 생산 기술, 서비스를 통해서 영업과 생계를 유지한다. 경쟁력이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영세 기업체의 실상을 파악해 새롭고 종합적인 육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적 조류인 FTA를 거역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한미 FTA가 단순히 국내 소비자의 후생 증진이나 대기업의 미국 진출 확대 차원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서민 경제의 안정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총체적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 대응책도 이런 맥락에서 준비해야 한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지금 폭풍 전야의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 앞에 알몸으로 서 있는 꼴이다.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이나 경영 여건이 총체적으로 달라져 버렸다. 물론 중소기업인도 자포자기하거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만 기대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파고를 넘어야 한다. 새로운 역사적 도전 앞에 마주 섰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세계는 이미 무역, 통상 대전(大戰)의 한마당이 된 지 오래다. 설령 오늘 한 차례 무한경쟁의 파도를 피한다고 해도, 내일은 더 강하고 매서운 파도가 우리를 덮치게 돼 있다. 내가 투망(投網)하지 않으면 남이 나를 향해 투망하는 비정한 시대에 들어섰다.

살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국제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협소한 국토, 태부족한 산업 입지, 빈약한 가용 자원의 제약 속에서 중소기업인 특유의 근면과 창의력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만든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차제에 체질을 완전히 개선함으로써 장차 한일, 한중 FTA가 몰려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의 대책도 모든 중소기업이 그런 기업으로 탈바꿈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박금규 중소기업선진화포럼 공동대표·딜로이트 안진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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