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KORUS일까…“Chorus와 발음같아 어감 좋다”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공식 명칭인 ‘KORUS FTA’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 명칭은 김종훈 수석대표 등 한국 측 협상단의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 등 협상단 관계자들은 지난해 3월 제1차 협상 일정과 내용 등을 사전 협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때 로버트 포트먼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FTA에 영문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미국은 중남미와의 FTA 때는 CAFTA(Central American FTA)를, 캐나다와의 FTA에는 CUSFTA(Canada-United States FTA)를 영문 약칭으로 썼다.

미국은 ‘아메리카(America)-코리아(Korea)’를 줄인 ‘암코(AmKo) FTA’, ‘US-KOREA FTA’ 등 몇 개를 아이디어로 내놓았다. 곰곰이 생각하던 김 대표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Korea와 US를 합쳐서 KORUS라 하면 어떻겠습니까? 발음이 ‘Chorus(합창)’와 같아 ‘양국이 합창을 한다’는 의미도 살리고, 어감도 좋은데요.”

몇 번 소리 내 ‘KORUS’를 되뇌던 포트먼 대표는 한국이 미국보다 앞에 들어간 까닭에 내심 언짢아하는 눈치였지만 어감이 좋다며 마침내 동의했다.

한국 측 협상단 관계자는 “이름 짓는 것 하나에도 꼼짝 못하는 논리를 내세워야지 억지로 우기면 강대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협상단은 “한국이 앞서는 약칭을 얻은 대신 협상 과정에서 너무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추궁을 듣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