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와티 교수 “한미FTA, 안보적 측면서 더 말이 된다”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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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경제학의 대가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도 자주 거론되는 자그디시 바그와티(사진)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일자리 감소와 노동환경 악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자유무역은 사회적 경제적 부를 증진시킨다”면서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한미 FTA 체결 후 본보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자유무역과 투자 자유화는 가난 퇴치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면서 “자유무역 체제가 확립되면서 다국적 기업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는 늘어났으며 그 결과 1976∼98년 세계 빈곤층은 5억 명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바그와티 교수는 같은 컬럼비아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와 ‘세계화의 득과 실’을 주제로 논쟁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스티글리츠 교수와 같은 반(反)세계화론자들이 ‘우리가 공룡을 죽였다’는 맹목적 가정 아래 공룡을 살려내기 위해 부질없이 애를 쓰는 ‘쥐라기공원식 경제학’에 집착하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그는 “한국 같은 개도국들이 경제 개방과 무역 자유화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개도국들은 더 많이 개방하고 더 많이 자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방 경제는 부자이건 가난하건 누구에게나 이득이 돌아가는 체제”라며 “경제 양극화, 노동 조건 및 환경 악화 등의 이유를 들어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무역 체제 편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각국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간 협조로 효율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그와티 교수는 다만 WTO 다자간 무역 라운드 대신 양자 간 FTA 방식으로 자유무역 체제가 발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유럽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FTA 체제가 ‘다자주의’보다는 ‘지역주의’를 확대시켜 결과적으로 자유무역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그는 FTA가 제3국에 대해 배타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이라기보다는 ‘호혜무역협정(Preferential Trade Agreement)’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바그와티 교수는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체결된 개별 FTA가 400개를 넘어섰다”면서 “FTA가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는 장점도 있지만 국가에 따라 협정 내용이 상이해 무역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이한 협정 내용들이 한꺼번에 버무려져 결국 무역비용을 증가시키는 현상을 ‘스파게티 그릇 효과(spaghetti bowl effect)’라 불렀다.

그는 “한미 간 FTA 체결이 경제적 목적보다는 북한 핵 위협,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 안보 측면에서 더 ‘말이 된다(make sense)’고 본다”면서 “최근 미국이 FTA 체결 대상 국가로 남미에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그와티 교수는 “그러나 자유무역 체제가 국가 경제라는 ‘파이’를 늘려 중산층을 확대하고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과거 멕시코에서는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것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미국과의 FTA가 체결되면서 그런 비판적인 견해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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