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너무 방어 잘해 불만”

  • 입력 2007년 4월 3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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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善防)했지만 불만?’

노무현 대통령은 2일 국익을 지키기 위해 애쓴 한미 FTA 우리 측 협상팀의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법률, 회계, 교육, 의료, 방송 문화산업은 더 개방했어야 했다고 예기치 못한 ‘불만’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담화 중반에 “법률, 회계 등 고급 서비스시장도 일부 개방됐는데 이 부분은 더 과감하게 개방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래야 고학력 일자리도 늘릴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서비스업 분야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교육, 의료 시장은 전혀 개방되지 않았고, 방송 등 문화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아 역시 아쉬운 대목”이라며 “문화산업도 세계, 그중에서도 미국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고, 공공서비스와 문화적 요소는 보호하되 산업적 요소는 과감하게 경쟁의 무대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 분야는 우리 협상팀이 방어를 너무 잘한 것 같아 칭찬할 일이지만 솔직히 불만스럽다”며 “(국회에서) 비준의 어려움을 고려해 그런 것 같지만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각종 이익단체의 반발 때문에 미국의 개방 요구를 막아내야 했지만 이들 분야는 오히려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 분야의 경우 협상 초기에 평가(testing) 분야 개방 등의 요구가 있었지만 미국은 큰 무게를 두지는 않았다. 한국의 초중고교는 각종 국제평가에서 최상위권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고등교육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어 개방을 통해 국내 대학의 분발을 자극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교육시장을 개방하면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까지 무너진다는 대학교수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반발과 외국 대학 진입을 막는 각종 규제가 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거나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하려는 참여정부의 사법개혁 추진이 법조계의 거센 반발로 지지부진한 점 또한 노 대통령은 의식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의료’ 분야라고 언급했지만 전문가들은 의약품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유명 외국 회사의 복제약을 만드는 데 치중하고 신약 개발을 등한시하고 있어 대형 외국제약사가 들어오면 국내 업체도 자극을 받아 신약 개발에 힘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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