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멘트 공장, 폐기물 태워 공장살리고 환경살리고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카르스도르프 시멘트 공장의 공정 책임자인 틸로 마이스너씨가 시멘트 제조에 쓰이는 폐타이어를 가리키고 있다(위). 이 폐타이어들은 석탄을 대체하는 연료로 사용된다. 아래는 공장 전경. 카르스도르프=주성원 기자
카르스도르프 시멘트 공장의 공정 책임자인 틸로 마이스너씨가 시멘트 제조에 쓰이는 폐타이어를 가리키고 있다(위). 이 폐타이어들은 석탄을 대체하는 연료로 사용된다. 아래는 공장 전경. 카르스도르프=주성원 기자
《“하루에 24t, 3000개 정도의 폐타이어가 소각로에서 태워집니다. 타이어 1t을 태우는 데 폐기물 수거 회사로부터 25유로(약 3만1000원)씩 받습니다.” 독일 라이프치히 인근의 소도시 카르스도르프. 다국적 시멘트 기업 라파즈가 이곳에서 운영하는 카르스도르프 공장은 지난해 250만 유로를 들여 폐타이어 분류 소각 설비를 설치했다. 이 공장 공정책임자인 틸로 마이스너 씨는 “폐타이어는 석탄을 대체하는 연료로 쓰인다”고 말했다.》

○ 전체 연료의 61% 차지… 비용 30% 줄여

시멘트는 석회석과 규석, 철광석 등을 섭씨 1450도 이상의 고온으로 태워 만든다. 이를 만드는 연료로는 석탄이 주로 쓰였지만 고가(高價)의 화석 연료는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독일 시멘트산업의 폐기물
연료 사용 추이
연도1990199520002005
사용률(%)7.410.825.748.9
자료 : 독일시멘트협회

그래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멘트 회사들은 1990년을 전후로 산업 폐기물 연료(대체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폐유(廢油), 솔벤트, 가축 사체(死體), 산업용 플라스틱, 폐타이어, 목재 등을 석탄과 섞어 태우는 것이다.

세계 주요 지역의 폐기물
연료 사용률 2002년 기준.
지역사용률(%)
서유럽42
미국26
캐나다15
남미12
아프리카5
일본3
한국2
자료: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

한국 시멘트 회사들도 산업 폐기물을 연료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다르다. 한국 시멘트 회사들이 일부 산업 폐기물을 돈을 주고 사들이는 데 비해 유럽에서는 폐기물을 들여오면서 오히려 돈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와 제조업체들이 지불하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다. 지자체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시멘트 회사는 연료비를 줄일 수 있어 ‘윈윈 사업’인 셈이다. 시멘트 공장이 폐기물 소각로로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연간 178만 t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카르스도르프 공장은 지난해 전체 연료의 61%를 폐기물 연료로 사용했다. 서유럽 평균(2002년 기준 4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디터 하르퉁 공장장은 “이런 폐기물 연료 사용으로 종전보다 연료비를 25∼30%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친환경 산업” 소비자들 인식 바뀌어

폐기물 연료 사용은 ‘시멘트 산업은 환경 훼손 산업’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한몫을 했다.

유럽시멘트협회(CEMENBUREAU)가 중심이 된 시멘트 업계는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면서 ‘환경 친화적’ 공정을 강조한다. 유기성 폐기물은 섭씨 850도 이상으로 연소시키면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섭씨 1450도인 시멘트 소각로는 산업 폐기물 처리에 최적”이라고 홍보했다.

산업 폐기물을 태운 재는 시멘트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이 때문에 폐기물 사용이 시멘트에 포함된 중금속(6가 크롬)의 양을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럽 시멘트업계는 “산업 폐기물이 시멘트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해명하고 특히 반죽 상태가 아닌 건축물 등 굳은 시멘트에서는 6가 크롬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파즈 자원재활용부문 다니엘 르마르샹 부사장은 “이제 유럽에선 시멘트에서 배출되는 6가 크롬을 우려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체 연료 사용 비율 서유럽 42%vs한국 2%

생산량 세계 5위인 ‘시멘트 강국’ 한국의 재생에너지 활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의 조사 자료(2002년)에 따르면 서유럽 시멘트 업계의 폐기물 연료 사용 비율은 42%인데 한국은 2%에 불과하다. 미국은 연료의 26%를, 캐나다는 15%를 폐기물 연료에서 얻고 있다.

쌍용양회 환경자원사업본부장인 차춘수 상무는 “한국은 산업 폐기물의 매립이 허용되고 있어 연료로 쓰일 폐기물을 구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멘트 업체가 유럽처럼 돈을 받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은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군산대 신소재·나노화학공학부 이승헌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환경 보전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 시멘트업계도 엄정한 관리를 전제로 폐기물 연료 사용을 늘려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유럽처럼 재생 에너지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르스도르프=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