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장기보유자들“투기도안했는데 왜 징벌적세금 물리나”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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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걱정34평형의 공시가격이 작년 6억6200만 원에서 올해 9억8400만 원으로 48.6% 오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은마아파트 앞 학여울역 사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세금 걱정
34평형의 공시가격이 작년 6억6200만 원에서 올해 9억8400만 원으로 48.6% 오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은마아파트 앞 학여울역 사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강남지역 등 공시가격 급등 충격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 34평형에 사는 K 씨. 택시 운전을 하는 그가 이번 공시가격 상승으로 내야 할 보유세는 연간 4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8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그는 “월 소득의 20% 이상을 보유세로 내고 어떻게 사느냐”며 “대통령 말대로 싼 곳으로 이사 가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발표된 14일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권과 경기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등에서는 “‘보유세 폭탄’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반발의 목소리는 특히 다주택 보유자보다는 1주택 보유자, 단기 보유자보다는 장기 거주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보다는 중산층에서 높았다.

○ 1주택 보유자 반발 커

강남구 개포1동 우성9차 아파트 주민대표 김희숙(52) 씨는 “공산국가나 마찬가지다. 20년 전부터 집 한 채 갖고 사는데 갑자기 보유세를 수백만 원씩 내야 하나. 양도세 때문에 팔 수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 공시가격 상승에 반발하는 사람은 주로 1주택 장기 보유자들이다. 이들은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징벌적 세금을 물어야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양천구 목동 5단지 45평형에 사는 주부 K(47) 씨는 “지난해 110만 원을 냈는데 올해는 인상한도 폭인 330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며 “팔지도 못하고 갖고 있기도 부담스럽고, 집 한 채 있는 사람은 어쩌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억 원을 웃도는 초고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60평형대에 거주하는 A 씨는 “연간 보유세가 1500만 원에 이르러 매달 10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내 집이지만 월세 사는 셈”이라고 밝혔다.

○ “또 서민만 피해”

부동산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L 씨는 “보유세 인상이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주택자는 전세금을 올려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한다는 얘기다.

실제 종합부동산세 부과 방침이 나오기 직전인 2004년 하반기 타워팰리스 60평형대 전세금은 6억5000만 원 선. 2년 남짓 만에 전세금은 9억 원으로 뛰었다. 인상폭 2억5000만 원에 연리 4%를 적용하면 매년 임대소득이 1000만 원 정도 증가한 셈이다.

전세나 월세를 높여 보유세를 모두 세입자에게 떠넘긴 결과로 볼 수 있다.

강남구 역삼동 부동산왕국공인중개사무소 지성구 씨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 결국 서민만 괴롭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고가 주택 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고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주택 가격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퍼스트의 곽창석 전무는 “살고 있는 강남권 등의 집은 팔지 않고, 투자 가치가 낮은 수도권 외곽의 서민 주택을 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서민과 부유층의 자산가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소”라고 말했다.

○ 세무당국과 지자체도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

서울 서초구는 전체 공동주택 7만9000여 채 중 5만1000여 채가 종부세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초구 관계자는 “당초 공시가격 인상률이 20%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는데 28.5%나 올랐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5% 오를 것으로 예상해 올해 재산세 예상 수입액을 2090억 원으로 산출했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공시가격 인상률은 강남구의 예상보다 5배가 높은 30%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종부세 대상도 지난해 36%에서 올해는 39∼40%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무려 49%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 구는 “이의신청이 폭주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종부세를 걷어야 하는 국세청도 공시가격 상승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2006년분은 98.1%의 징수 실적(자진신고율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잘 넘겼지만 올해는 워낙 세금이 많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새로 종부세를 내야 할 사람들의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올해가 종부세제 정착의 고비”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교회 사찰 등 종교기관, 서울 강남권의 고급 주택가를 찾아가 “종부세 납부는 부유층의 사회적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자진신고를 권유한 것 이상의 전방위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전직 국세청 간부는 “세정(稅政)기관의 특성상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징수를 하겠지만 종부세 증가율이 워낙 높아져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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