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안 내리면 눈총 받아” 은행들 앞다퉈 수수료 인하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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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 점화됐다. 국민은행이 12일부터 창구업무, 자동화기기 등의 수수료를 낮추는 데 이어 신한은행도 다음 달부터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외환은행도 이달 수수료 인하 세부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고, 아직 눈치를 보고 있는 은행들은 수수료를 낮춘다면 인하 폭과 시기 등을 어떻게 할지 자체 수익성 분석에 들어갔다.》

○ 신한은행 “합병 1주년 기념”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의 통합 1주년인 4월 1일 수수료 인하 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신한은행 측은 “합병 1주년에 맞춰 고객들에게 수익의 일부분을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창구업무와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내리기로 했다”며 “4월 첫째 주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인하되는 수수료 종류와 인하 폭은 이달 말에 최종 확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미 전자금융 수수료 인하와 이체 금액에 따라 추가되는 수수료의 면제 방침을 밝힌 외환은행도 이달 수수료 인하를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아직 세부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실무부서에서 마련한 안을 놓고 내부 결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수료 인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은행들도 다른 은행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춘 우리은행은 현재 수수료 전 항목에 대해 외부 기관에 원가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원가 분석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 여부 및 인하 범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도 다른 은행과의 수수료를 비교하면서 수수료를 내릴 경우 은행 수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를 검토하고 있다.

두 은행이 원가 및 수익성 분석을 한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수수료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일부선 “수수료 경쟁은 무리”

시중은행 일각에서는 “수수료가 은행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는 선진국과 달리 20% 미만인 한국에서 수수료 경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행 은행 수수료 수준도 원가 이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앞 다퉈 수수료를 낮추려고 하는 것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올리고도 수수료를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2월 생산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은행 수수료 등이 포함된 은행서비스 물가는 6년여 만에 36%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용카드사에 이어 지난해 은행들의 외환수수료 담합 혐의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금리, 수수료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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