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알짜株’ 버핏은 알고 있었나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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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뉴스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사진)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포스코 지분 4%를 취득해 보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포스코의 국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2.86%)이나 SK텔레콤(2.85%) 지분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 주식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버핏 회장이 갑자기 포스코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버핏 회장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2006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현재 포스코 주식 348만6006주(4.0%)를 보유하고 있다.

총 5억72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난해 말 현재 평가금액이 11억5800만 달러다. 2일 종가기준으로 평가차익은 7300억원에 이른다.

정확한 매입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증권업계에서는 평균 매입단가가 약 15만 원임을 감안해 2002∼2003년에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버핏 회장의 포스코 지분 보유 사실이 밝혀진 것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단일 종목의 시가총액이 7억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 투자액이 5억7200만 달러였을 때는 공개 의무가 없었지만 포스코 주가가 오르자 자체 규정에 따라 밝히게 된 것.

금융권 및 산업계에서는 버핏 회장이 포스코 주식을 대량 매입한 데 대해 ‘단순투자’인지, ‘경영 참여’ 목적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이 62.29%(2006년 말 기준)로 적대적 인수합병(M&A) 매물로 거론돼 왔다. 자산가치 대비 주가(PBR)가 1.2배로 저평가돼 있어 기업 사냥꾼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측이 KT&G의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 공격에 나섰을 때도 금융권에서는 포스코를 다음 목표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버핏 회장의 투자 철학을 감안하면 포스코에 대한 경영권 공격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주식이 저평가된 알짜기업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해 수익을 올리는 전형적인 가치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지분을 대량 매입했다가 다른 투자자와 연계해 적대적 M&A로 기업 가치를 띄운 뒤 치고 빠지는 식의 행태를 보인 적이 없다는 것.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는 “버핏 회장은 철강주처럼 경기에 민감한 종목보다는 음식료 업종 중 독점력이 강한 종목에 주로 투자해 왔다”면서 “이번 투자는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주가가 매입 당시보다 2배 이상 올라 추가 매입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하락세로 출발한 포스코 주가는 버핏 회장의 주식 매집 소식에 오름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3.12% 상승한 36만4000원에 마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버핏이 보낸 공개편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올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젊은 후계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매년 경영실적 발표와 때를 맞춰 주주들에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보내 올해도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되어 왔다.》

“위험 감지 유전자 가진 젊은 후계자 찾습니다”

그는 1일 공개편지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험(리스크)을 포함해 모든 심각한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피할 수 있는 유전자가 내재돼 있는 젊은 사람을 후계자로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편지에서 미 경제계가 당면한 문제와 회사 경영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설명했다.

“요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 ‘우리는 여자 혹은 히스패닉계를 이사 후보로 찾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마치 노아의 방주에 태운 동물을 찾는 것처럼 들린다. 또 이사들의 봉급이 너무 많아지면서 진정으로 독립된 이사들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 순익이 110억 달러(약 10조4500억 원)였으며, 연방정부에 44억 달러의 세금을 납부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이 세금은 연방정부가 하루 평균 지출하는 돈(70억 달러)의 절반”이라며 “미국에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회사가 600개만 있다면 모든 미국인들이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큰 자연재해가 없어 보험회사 투자에서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지난해에는 자연(Nature)이 휴가를 떠났다. 우리로선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실적 호조로 현금 유입이 너무 많아 이제는 인수기업을 찾을 때 쥐보다는 코끼리를 찾기로 했다”며 “좋은 물건이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말고 꼭 전화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미국의 자동차보험회사 가이코의 CEO인 토니 나이슬리의 경영실적을 거론하며 “지난해에는 아이를 새로 낳으면 이름을 ‘토니’라고 붙일 것을 제안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현재 다른 이름을 가진 아이라도 이름을 ‘토니’라고 바꾸는 게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실적 호조에 대해 만족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올해 5월에 열리는 주주모임 때 가이코에 가입하면 주주들에게는 8% 추가 보험료 할인 혜택이 있는 만큼 꼭 가입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가이코 신용카드를 개설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나도 비록 잘 쓰지는 않지만 가이코 카드가 있다”며 가이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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