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네요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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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쌀 수 있지?”

대형 할인점에서 쇼핑을 하다 보면 그 할인점이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파는 상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른바 자체 개발 브랜드(OL·Own Label)라는 것이다. 업체에 따라 PB(Private Brand) 혹은 PL(Private Labe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유 녹차 같은 식품에서 칫솔과 치약 같은 생활용품, 와이셔츠 등 각종 의류까지 다양하다. 자체 개발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OL 제품을 구입할 때 망설이는 고객이 적지 않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싼 것은 싼 만큼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경계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OL 제품은 왜 싼 것일까. 혹시 싼 만큼 품질에 이상이 있는 것일까. OL 상품 가격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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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브랜드가 있나

신세계 이마트의 고유 브랜드는 ‘이플러스’ ‘이베이직’ ‘자연주의’ 등 3개가 주류를 이룬다. 이플러스는 우유 계란 라면 돼지고기 국수 식용유뿐 아니라 휴지 기저귀 치약 등을 아우르는 생활용품 브랜드이다.

이베이직은 의류 브랜드인데 500여 품목이 판매되고 있다. 자연주의는 도자기 쟁반 침구류 등 여성 고객을 노린 생활문화 브랜드로서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OL은 품질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돼 있다.

‘홈플러스 알뜰’은 무조건 최저 가격을 지향하는 브랜드다. 반면 ‘홈플러스 좋은 상품’은 품질은 기존 제품과 비슷하지만 가격이 20% 정도 싼 상품을 모은 브랜드이고 ‘홈플러스 프리미엄’은 기존 제품보다 나은 상품에 붙인 브랜드이다.

롯데마트의 고유 브랜드는 ‘와이즐렉’이다. ‘현명한 주부의 선택(Wise+Sellect)’이라는 뜻이다. 고등어 사과 버섯 등 신선식품 전용인 ‘와이즐렉 마음들인’과 유기농 농산물 전용인 ‘와이즐렉 유기농’이 하위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의류 쪽으로는 위드원과 베이직아이콘이 대표 브랜드인데 베이직아이콘은 지난해 나온 이후 매월 15%씩 매출이 뛰고 있다.

○식음료, 사실상 기존 제품과 같다

할인점들이 판매하고 있는 OL 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식음료 제품이다.

이런 제품들은 사실상 기존 제품과 품질이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OL 상품 대부분을 기존 제조업체들이 똑같은 공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의 이플러스 우유는 매일유업에서 만들고 이플러스 치약은 부광에서 만든다. 홈플러스의 좋은상품우유는 남양유업이, 프리미엄화장지는 모나리자가 제조한다.

‘제조 과정이 혹시 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다. 제조회사들의 기존 제품과 똑같은 공정을 거쳐 똑같은 라인에서 제품이 생산된다.

또 할인점 측에서도 품질에 이상이 없는지를 끊임없이 검사한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의 경우 OL 상품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데이몬 PB팀’이라는 전담 팀을 꾸리고 정기적으로 품질 조사를 펼치고 있다. 결국 OL 상품은 기존 제품과 품질은 같으면서 가격만 싸게 책정한 상품인 셈이다.

가격이 싼 이유는 간단하다. 유통 단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기존 제품과 달리 ‘브랜드 값’을 받지 않는다. 제품 원가에 마진을 딱 한 번만 붙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이 낮아진다.

○의류, 마진만큼은 확실히 낮다

반면 각 마트가 내세우는 의류는 “기존 기성복과 똑같고 가격만 싸다”고 잘라 말하기가 애매하다. 우선 마트의 OL 의류는 기존 기성복 업체가 만드는 제품과 똑같은 것이 아니다.

디자인이나 기획을 하는 주체가 제조업체가 아니라 마트이기 때문이다. 간혹 제조업체가 스스로 디자인해 납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디자인을 채택하느냐도 전적으로 마트의 몫이다.

결국 마트의 OL 의류 품질이 좋으냐 나쁘냐는 그 마트가 얼마나 의류에 대해 감각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백화점 등 기성 의류 매장에서 파는 제품과 달리 유통 마진이 현저히 낮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기성 의류 매장에서 파는 옷은 판매가격이 제조 원가의 5∼10배가 된다. 특히 백화점 같은 경우는 옷값의 30% 이상이 백화점 측에 수수료로 제공된다.

하지만 할인점의 OL 의류는 대략 원가의 갑절 수준에서 판매 가격이 결정된다. 옷의 디자인이나 품질이 어떤지는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마진만큼은 상당히 낮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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