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골드러시…20, 30대 젊은층 금 투자 바람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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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4) 대리는 지난해 초부터 ‘금 투자’ 재미에 흠뻑 빠졌다. 신한은행의 금 상품인 ‘골드리슈’에 매월 30만 원가량을 자유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는 매일 금 시세를 체크하면서 수익률 따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달 초엔 국제통화기금(IMF)이 400t 규모의 금괴 매각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것이 국제 금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련 분석기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김 대리는 “1년 정도 투자해 12% 정도 수익이 났다”며 “금 투자를 시작한 이후 국제 경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한두 번 금 투자 동호회원들과 만나 투자 정보를 교환한다. 대부분 30세 전후의 젊은 직장인이다.

○ “금 투자 쏠쏠” 소문… 금 거래량 두달 새 배로

재테크에 일찍 눈 뜬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금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시중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금 거래량이 지난해 11월 380kg에서 올해 1월 두 배에 가까운 748kg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최근 금값이 상승하는 이유도 있지만 ‘금 투자 수익률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새로 금 상품 계좌를 트는 ‘개미 투자자’가 증가한 때문이다.

금 상품 계좌 수도 지난해 6월 말 5670개에서 올해 1월 말 9360개로 증가했다.

금 투자 정보사이트 골드인포에는 하루 평균 5000여 명의 회원이 방문한다. 이 사이트 운영자는 “지난해부터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서버가 자주 다운돼 회원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한은행 상품개발팀 유유정 과장은 “금은 전통적으로 50대 이상 자산가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적립식 방식으로 금 투자를 하는 젊은층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 예금 주식 이어 ‘제4의 자산’ 떠올라

젊은이들이 금 투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비(非)실물거래’라는 간편한 금 상품 발매가 계기가 됐다.

실물거래는 런던금시장협회(LBMA)가 인정하는 골드바를 100g, 500g, 1kg 단위로 투자자들이 직접 사는 것을 말한다. 최소 단위인 100g의 골드바 시세는 7일 현재 196만8937원이다.

실물을 사려면 여기에 5%의 거래수수료와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반면 비실물거래는 계좌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대신 금을 사고, 찾을 때 금값 상승률에 따라 이익을 돌려주는 방식. 매매할 때 수수료(매매기준가의 1.2%)가 붙지만, 투자수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아 실물투자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금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금 투자 분위기를 돋우는 요인이다.

세계적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 씨는 지난달 블룸버그 TV와의 회견에서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세계 자산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올해는 금에 투자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 달러화 가치 등 변수 따져야

금 투자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묻지 마 투자’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금값은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인플레이션 △미국 달러화 가치 △유가와 국제정세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또 투자 지역의 환율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골드인포 관계자는 “금 투자도 주식 투자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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