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서울 유통망 뚫어 年매출 100억 이상

  • 입력 2007년 2월 6일 0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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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54km)에 있는 신안군 비금면 비금도(飛禽島).

땅이 비옥해 1800여 가구가 어업보다는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사는 큰 섬이다. ‘큰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뜻하는 비금도는 요즘 ‘돈이 날아다니는 섬’이라는 뜻의 ‘비금도(飛金島)’로 불린다. 겨울철 노지 시금치 재배로 주민들이 한해 100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벼농사에다 고추, 호박, 콩도 재배하지만 다 합쳐도 수입이 시금치보다 못하당께.”

황춘호(72) 씨는 “시금치로 3남1녀를 대학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를 보냈으니 이런 효자작목이 없제”라며 밝게 웃었다. 황 씨 부부는 3000평 시금치 밭에서 한해 2800만∼3000만 원을 번다.

이 마을 황강호(42) 이장은 “가구당 평균 수입이 1500만 원 선으로 노인들 돈벌이로는 꽤 좋은 편”이라며 “외딴 섬이라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 다른 걱정거리는 없다”고 말했다.

1990년 초 목포의 한 식당에서 비금도 시금치를 맛본 대형 유통업체 바이어가 그 맛에 끌려 외지 판매 길이 열렸다.

비금도 시금치가 인기가 높은 것은 하우스가 아닌 간척지 게르마늄 토질에서 소금기를 머금은 해풍을 맞고 자라기 때문.

추위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당도가 높고 잎과 줄기가 두꺼워 삶아도 흐물거리지 않아 씹으면 날것을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하우스 시금치에 비해 값이 두 배 정도 비싸다. 요즘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15kg 1상자에 3만5000원 선에 경매된다.

비금도 시금치는 1996년 ‘섬초’라는 브랜드로 상표등록을 하고 비금농협이 농가와 위탁판매 계약을 하고 계통출하하면서 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김형석(58) 조합장은 “전국 단위농협에서 1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엽채류는 섬초가 처음”이라며 “서울에 위판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전문가를 고용하고 출하량을 주민 스스로 조절하도록 케이블방송 고정채널을 통해 위판가격을 중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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