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기아차도 국가기반시설 지정 검토

  • 입력 200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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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방위산업체가 아닌 민간 기업을 국가기반시설에 포함시켜 불법 파업 등 ‘사회적 재난’에 대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26일 개정 공포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반시설로 지정되면 응급 상황에 투입할 장비와 인력을 미리 지정하고 관리하며 민방위대와 군부대의 지원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의 경우에만 이러한 조치가 가능했으나 개정된 법에서는 ‘사회적 재난’에 대해서도 장비와 인력의 투입이 가능해진다. 매년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긴급 사태에 대비한 대체인력을 미리 양성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에너지와 교통 금융 등 국가기반시설의 분야만 정해져 있었지만 이번 법개정으로 구체적인 시설이 지정되게 됐다.

행정자치부가 내부 업무용으로 작성한 ‘국가기반시설 현황’(표)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와 정보통신 등 9개 분야로 나눠진 896개 기반시설 중에는 LG전자와 기아자동차 등 29개 민간 기업도 포함돼 있다. 주요 종합병원과 혈액원 백신제조업체도 포함돼 있으며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 등 국책은행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대형 증권사들이 대상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 자료는 지정이 가능한 모든 후보군을 모은 예시안일 뿐이며 국가기반시설은 기본법이 발효되는 7월 25일 이후 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기본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민간 기업이 국가기반시설로 지정되면 불법 파업이 일어났을 경우 대체인력 투입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를 자극해 노사관계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부가 지정하려는 기반시설 중 발전소와 병원 등은 현행 노사관계조정법에서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불법 파업 때 대체인력 투입은 물론,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에 따라 2008년 1월부터 적법한 파업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병원의 응급실처럼 파업 때에도 반드시 업무를 유지해야 할 곳은 파업 참가 인원의 50% 범위 내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

하지만 불법 파업의 경우 현행 노동관계법에서도 민간 기업에 대체인력 투입이 이미 가능하다.

노동부 안경덕 노사관계법제팀장은 “현행 ‘노동조합 및 쟁의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도 민간이든 공공기업이든 불법 파업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지만 노조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사측이 투입을 자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정안에 ‘사회적 재난’을 막는 실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도 “기반시설로 지정된 민간 기업에서 불법 파업이 일어날 경우 노동관련법이 우선 적용되며 대체인력 투입 여부도 회사 측이 결정하는 것이지 정부의 강제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불법 파업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대체인력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생산성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다만 공장을 부분적으로라도 가동할 수 있게 되면 파업 결정 등 노조의 투쟁 수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계자는 “최근 노동계의 세력 약화를 틈타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가시화된다면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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