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그는 알부남(알고보면 부동산 없는 남자)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2000년 이후 집값이 뛰면서 너도나도 ‘내 집 마련’에 나섰지만 실제로는 30대와 70대 초반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자가(自家) 보유 비율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시장에서 가장 왕성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던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의 ‘베이비붐’ 세대가 오히려 경쟁에서 낙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무주택자는 조만간 실시될 청약 가점제에서도 불리한 처지에 놓여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보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가구 중 자가의 비중은 2000년 54.17%에서 2005년 55.56%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연령대별로는 30∼39세, 70∼74세를 뺀 나머지 전 구간에서 자가 비중이 떨어졌다. 이 가운데 70세 이후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그치는데다 주택시장에서 조만간 떨어져 나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0대를 제외한 모든 유효수요 계층에서 자가 보유 비중이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령대별 자가 보유율은 30∼34세가 2000년 31.14%에서 2005년에는 32.26%로 1.12%포인트 올라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35∼39세는 44.96%에서 45.06%로 0.1%포인트 올랐다.

반면 50∼54세는 68.09%에서 66.26%로 1.83%포인트 떨어져 70세 이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45∼49세 구간이 같은 기간 1.68%포인트 하락해 뒤를 이었다. 자가 보유율이 떨어지면서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 50∼54세 구간은 13.55%에서 17.53%로 3.98%포인트, 45∼49세 구간은 3.84%포인트 늘었다.



○‘외환위기 실직 세대’… 집값 못 따라가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의 자가 비중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보다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피해 계층으로 집값 상승률을 따라잡을 만큼 구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중대형 주택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2000년 이후 30평형대 이상 집값이 크게 뛰어 전세나 월세로 전환한 사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반면 30대는 맞벌이가 많아 가계소득이 높은 데다 소형주택 수요가 많아 상대적으로 자가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집값 안정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되 중대형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 20세 넘어 청약 가점제도 불리

9월부터 실시할 예정인 청약 가점제에서도 40, 50대 무주택 가구주가 취약 계층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아파트 청약 가점제 항목별 점수’를 보면 △가구주의 나이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가점이 차별화되도록 설계돼 있다.

얼핏 40, 50대가 최대 수혜 계층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중치가 가장 높은 부양가족(35%)에서 자녀 기준이 만 20세 미만 미성년자로 돼 있어 아이들이 대학을 갈 때쯤이면 오히려 점수가 낮아져 당첨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가구주 나이 50세, 자녀 2명(19세, 17세), 무주택 기간 11년, 청약통장 가입기간 10년 이상이면 청약 가점은 430점이지만 아이들이 20세를 넘기는 3년 뒤에는 오히려 325점으로 떨어진다.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자녀들이 커서 자기 집이 필요할수록 역설적으로 아파트 당첨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당국자는 “3월 청약제도 개편안을 확정 발표할 때 이 같은 내용을 감안해 적절히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