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해외생산 가속페달 밟고 위기 돌파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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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NF쏘나타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NF쏘나타 등 연간 3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NF쏘나타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NF쏘나타 등 연간 3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유럽시장을 겨냥해 만든 준중형 승용차 ‘씨드’가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달 7일 슬로바키아 질리나 시 현지 공장에서 열린 씨드 1호차 생산기념식에서 정의선 기아차 사장(오른쪽)과 얀 슬로타 질리나 시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유럽시장을 겨냥해 만든 준중형 승용차 ‘씨드’가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달 7일 슬로바키아 질리나 시 현지 공장에서 열린 씨드 1호차 생산기념식에서 정의선 기아차 사장(오른쪽)과 얀 슬로타 질리나 시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기아자동차
미국 오하이오 주 다임러클라이슬러 공장 내 현대모비스 모듈부품공장에서 미국 근로자들이 섀시 모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모비스
미국 오하이오 주 다임러클라이슬러 공장 내 현대모비스 모듈부품공장에서 미국 근로자들이 섀시 모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공장은 해가 지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 슬로바키아 인도 중국 등에 현지공장이 운영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공장 중 최소한 한 곳은 항상 해가 떠 있다. 최근 원-달러 및 원-엔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과 판매부진 등으로 비상경영에 나선 현대차그룹이 글로벌경영에 더욱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해외 공장을 늘려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현지에 적합한 모델을 현지에서 개발하고 생산해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세계 자동차업계에 엄습한 ‘생존의 법칙’이다.》

○ 위기는 기회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75%에 이르는 현대차그룹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영업이익은 약 1400억 원(현대차 800억 원, 기아차 600억 원)이 줄어든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930원 수준으로 1년 사이 100원 정도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앉아서 1조4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3분기(7∼9월) 실적은 2005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31.7%, 순이익은 47.1%나 줄어들었다. 반면 해외공장을 둔 미국과 인도 법인은 오히려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상황은 현대차그룹에 해외경영의 속도를 높이도록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원화의 가치가 높아져 현지공장 건설 등 해외투자를 할 때는 오히려 득이 되는 면도 있어 최근 현대차그룹의 해외투자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현대차그룹의 한 임원은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이 있기 때문에 최근의 위기를 글로벌경영으로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품질에 대해 혹평을 받자 2001년 적극적으로 품질 개선에 들어가 3년 만인 2004년부터는 신차 품질이 톱클래스로 올라서기도 했다.

○ 세계 5위 업체, 300-300클럽

글로벌업체인 미국 GM과 일본 도요타, 독일 폴크스바겐 등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40∼60%를 해외에서 만들고 있다. 이들 각 업체의 해외 생산량은 300만∼500만 대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생산 100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2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10년 국내에서 300만 대, 해외에서 300만 대를 생산해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는 7위.

현대차의 첫 해외 공장은 1997년 설립한 터키 공장이다. 1998년 인도, 2002년 중국, 2005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각각 완공해 현재 해외 4개국에서 96만 대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췄다.

기아차는 2002년 중국 공장에 이어 지난해 12월 슬로바키아 공장의 가동을 시작해 연간 43만 대를 해외에서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차 인도 공장과 기아차 중국 공장의 증설을 완료한다. 내년에는 현대차 중국 제2공장과 체코 공장을 완공하고, 2009년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까지 가동되면 해외 생산능력은 289만 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 글로벌경영은 계속된다

현대차그룹의 ‘세계경영’ 계획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와 남미시장에 생산거점을 세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부품·소재 신뢰성 국제포럼’에서 “현재 전 세계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는데 동남아와 남미 쪽에는 생산기지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성을 검토해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아프리카와 호주를 제외하고 북미 남미 유럽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지구상의 대부분 지역에 현지 공장을 갖추는 셈이다.

신차(新車) 개발도 다국적화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신차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연구개발 기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중국에 연구개발(R&D)센터와 인도에 정보기술(IT)연구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R&D 네트워크는 경기 남양연구소가 미국 독일 중국 인도를 총괄하는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3∼4년 뒤면 R&D에서부터 생산과 마케팅까지 세계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현대모비스 다임러의 부품 절반 공급

한국-금호타이어 中-베트남서 생산 가속도▼

지난해 8월 28일 미국 오하이오주(州) 다임러크라이슬러 털리도 공장 안에 현대모비스 부품 공장이 들어섰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2007년형 지프 ‘랭글러’에 ‘컴플리트 섀시 모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모듈은 차량의 뼈대(프레임)에 엔진, 변속기, 조향장치 등을 얹은 것으로 완성차의 40%에 해당한다.

미국 빅3 자동차 중 하나인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인기 모델 차종의 절반을 국내 업체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모듈 부품과 애프터서비스용(AS) 부품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해외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모듈사업의 경우 현대모비스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슬로바키아, 인도 등 현대·기아차가 진출한 지역이면 빠짐없이 나가 공장을 짓고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AS 부품 사업을 위해 현재 유럽(벨기에, 독일, 영국)과 중동(두바이), 중국, 호주, 러시아 등 전 세계 물류중심지에 11개의 거점을 설립하고 현대와 기아차 고객들에게 AS용 부품을 대주고 있다.

전기장치 부품업체인 현대오토넷도 12년 전부터 중국에 현지법인을 만드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노력하고 있다.

1994년에 중국 톈진(天津)에 세운 ‘현대고신전자(HACT)’는 자동차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후방경보장치 등을 만들어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東風悅達)기아 등에 공급하고 미국과 유럽에도 수출하고 있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타이어업계 역시 해외경영에 적극적이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이 회사는 1998년 중국 장쑤(江蘇) 성 화이안(懷安)과 저장(浙江) 성에 공장을 지어 5년 만인 2003년부터 승용차 타이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유럽 공략을 위해 지난해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두나우이바로시에 연생산 1000만 개 규모의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금호타이어도 중국 난징(南京)과 톈진 공장에 이어 지난해 10월 연산 350만 개의 타이어 생산 능력을 갖춘 베트남 공장을 착공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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