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금융지주! 신한 등 출범 5년만에 자산 순이익 쑥쑥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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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줄곧 한국을 대표하는 ‘리딩 뱅크(선도은행)’였다. 덩치(총자산)나 수익면에서 다른 은행을 ‘한 뼘’ 이상 앞서 나갔다.

하지만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국민은행의 위상이 금융지주회사의 저돌적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선두격인 신한금융지주는 20일 LG카드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총자산을 210조 원대로 끌어올렸다. 국민은행 자산(약 215조6000억 원)과 불과 6조 원 차이로 5년 전 신한지주 출범 때에 비해 148조 원가량 커졌다.

신한 우리 하나 등 은행계열 지주회사뿐 아니다.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도 지주회사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 고객 정보를 공유

올해 초 이경민(33) 씨는 “신한카드 우량 고객인 당신께 최고 보장금액 1000만 원인 상해보험 무료 가입 혜택을 드리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씨는 카드사의 서비스에 감동했지만 실은 신한생명의 신규 고객으로 포섭된 순간이었다.

신한지주 손기용 시너지추진팀장은 “연초부터 자회사 우수 고객에게 고가(高價) 보험을 팔기 위해 상해보험을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주회사의 장점으로 ‘자회사 고객 정보의 공유’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꼽는다.

은행 지점에서 증권 계좌를 트고, 펀드와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등 은행 보험 증권 등을 연계해 상품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우리지주는 “올해 우리증권이 우리은행의 기업고객에게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주선 등으로 번 연계 수익이 6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 덩치 키우는 데 유리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001년 말 189조 원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216조 원으로 14.3% 성장하는 데 그친 반면 신한지주는 같은 기간 217%, 우리지주는 113%가량 늘었다.

신한지주와 우리지주가 활발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덩치를 늘린 덕분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인 점을 십분 활용했다.

이에 비해 은행은 최대 30%까지만 자회사 출자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 이병건 연구위원은 “지난해 미국 씨티그룹이 보험 자회사 트래블러스를 쉽게 매각한 것처럼 지주회사는 인수 후 통합, 재매각이 쉽다”며 “향후 해외진출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의존도 낮춰야 시너지 기대

하지만 금융지주회사의 은행 의존도가 높아 시너지와 경영의 효율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지주회사의 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안팎으로 높고, 수익을 내는 핵심 고객도 대부분 은행에서 나오고 있다.

은행 출신의 경영진이 자회사의 경영을 도맡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한지주의 14개 자회사 중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4개 주요 자회사를 포함한 9개 사장이 신한은행 출신이다. 이 점에서 하나지주, 우리지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업계에서는 신한지주의 굿모닝신한증권(굿모닝증권+신한증권), 우리지주의 우리투자증권(우리증권+LG투자증권) 실적이 부진한 원인도 경영 방식에서 찾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위원은 “지주회사는 자회사 수입을 배당으로 받아 성과가 좋은 자회사에 재투자하는 등 전략적 판단과 의사 결정이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반대로 지주회사가 잘못된 전략을 세우면 경영 혼란과 위험이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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