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분에겐 특별한 달력을…연말 캘린더도 ‘VIP 마케팅’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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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린더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일반 캘린더와 별도로 우수 고객(VIP)용 고급 캘린더를 만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캘린더가 핵심 고객을 붙잡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일반 캘린더는 수십만 부가 제작되지만 VIP 캘린더는 평균 수천 부에 그친다. 몇 백 부의 ‘극소량’만 만드는 기업도 있다.》

○ 삼성에서 주요 그룹과 은행권으로 확산

VIP 캘린더는 1996년 삼성그룹이 처음 시작했다. 초기에는 실제 판화 작품으로 만들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고급 인쇄 캘린더로 바뀌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2005년), 백남준(2006년)을 거쳐 2007년 달력은 앤디 워홀의 작품들로 만들었다. 올해 제작 부수는 5만 부로 알려졌다. 일반인들도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서 한 부에 8만 원에 살 수 있다.

SK그룹은 1997년 장 뒤뷔페의 작품으로 VIP 캘린더를 처음 만들었고, 1998년부터는 장욱진 민경갑 박수근 이중섭 이왈종(2007년)에 이르기까지 국내 작가들만 고집하고 있다.

1997년 미국 현대작가 로버트 맨골드의 작품으로 처음 VIP 캘린더를 만든 한화그룹은 2001년 도상봉의 작품으로 제작한 뒤 오랜만에 2007년 VIP 캘린더를 내놨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하링의 작품으로 2000부만 만들었다.

신세계의 VIP 캘린더는 일반 캘린더와 같은 작가를 쓰지만 종이를 고급지로 만든다. 이 캘린더는 백화점 협력사 대표들에게만 준다. 내년 달력은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회장의 ‘선물용 캘린더’를 따로 만든다. 내년 캘린더는 꽃 사진의 대가인 네덜란드 사진작가 론 판 동언의 작품으로 500부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도상봉 유영국 민경갑(2007년) 등 한국 작가 위주로 만들고 있다. PB(프라이빗 뱅커)들이 관리하는 고객들에게 배포되며, 올해는 2만 부를 만들었다.

국민은행도 장욱진 화백의 작품으로 올해 처음 ‘극소수’ 고객을 겨냥한 VIP 캘린더를 만들었다.

○ 일반지보다 20배 비싼 종이 써

VIP 캘린더는 프랑스산 ‘아르슈’지(紙)에 ‘오프셋판화인쇄’라는 특수 기법을 써서 만든다. 펄프가 재료인 일반지와 달리 아르슈지는 100% 면을 쓴다. 나폴레옹이 문서보관용으로 가장 많이 썼다는 종이로, 보존성이 높아 보통 달력용지보다 가격이 20배 비싸다. 일반 달력은 ‘4도 인쇄’(4가지 색깔을 조합해 색을 표현)가 대부분이지만 VIP 캘린더는 15∼20도 인쇄를 써 색깔이 선명하고 풍부하다.

한 기업의 VIP 캘린더 담당자는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희소성’이 VIP 캘린더의 핵심인 만큼 수요 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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