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실패가 아니라 통계 실패?
재경부는 11일 내놓은 ‘정책성과와 통계 간 괴리 사례 점검 및 조치계획’이란 보고서에서 ‘정책이 성과를 냈어도 관련 통계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10개 통계지표를 적시했다.
우선 통계청의 ‘보충교육비’ 통계에서 소득 하위 10% 가정 자녀와 상위 10% 가정 자녀의 보충교육비 격차가 지난해 월평균 25만3000원에서 올해 상반기(1∼6월) 29만5000원으로 커진 점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올해부터 전국 278개 ‘방과 후 학교’에 다니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주는 지원금이 반영되지 않아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계층’을 뜻하는 절대 빈곤층의 비율이 2004년 4.81%에서 2005년에 5.62%로 높아진 것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2004년에 전년 대비 3.5%였던 최저생계비 상승률이 지난해에 7.7%로 크게 높아져 절대 빈곤층의 수가 많아진 것으로 통계에 나타났다고 재경부는 주장했다.
이 밖에 △임대주택을 늘려 자가(自家) 점유율이 낮아지는 현상 △개인파산절차 개선으로 개인파산 신청자가 증가한 점 △근로소득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 세수(稅收) 비중 확대 등도 정책 성과를 반영하지 못한 통계로 꼽았다.
○ 잘못된 통계로 만든 정책 재검토를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통계 시스템이 적잖은 문제를 갖고 있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재경부가 이를 이유로 ‘정책성과 부풀리기’를 하는 데 대해서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 퇴보, 경제성장률 하락 등 논란의 여지가 없는 대표적 지표들이 함께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시적 지표를 재해석해 성과를 과시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강석훈(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얼마나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해 왔는지를 자백한 셈”이라며 “지금까지 잘못된 통계를 토대로 한 정책의 방향과 효과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뜯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한 현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통계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려던 것이 아니라 정책 성과에 대한 관리 부족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풀고 이해를 돕고자 했던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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