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 일단 살리자”… 법정관리까진 안갈 듯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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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 추진을 요청한 팬택 계열의 휴대전화 생산 공장. 팬택 계열이 금융권에 갚아야 할 채무는 총 1조4753억 원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 추진을 요청한 팬택 계열의 휴대전화 생산 공장. 팬택 계열이 금융권에 갚아야 할 채무는 총 1조4753억 원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내 3위의 휴대전화 업체인 팬택과 팬택&큐리텔(팬택 계열)이 기업개선작업을 요청하게 된 것은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과 대기업과의 가격 경쟁으로 자금난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은행들이 대체로 기업개선작업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팬택 계열은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팬택 계열의 경영에 직간접으로 간여하게 돼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번 고비를 넘기면 팬택 계열이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도 나온다.

○ 팬택 계열 왜 여기까지 왔나

팬택 계열은 지난해 휴대전화 브랜드 ‘스카이’로 유명한 SK텔레텍을 3000억 원에 인수했지만 곧 심한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인수 비용 부담이 컸던 데다 30여 개국에 진출한 해외 수출 모델 수를 100여 개까지 늘리면서 건당 40억 원씩 드는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사의 고가(高價) 브랜드인 ‘스카이’는 올해 11월까지 139만 대가 팔려 목표(200만 대)에 훨씬 못 미쳤다. 저가 브랜드로서 10%대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던 ‘큐리텔’의 입지도 덩달아 흔들렸다.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 무리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밑져 가며 재고를 처분한 결과 적자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7월 중소 휴대전화 회사인 VK의 부도 이후 금융회사들이 여신을 빡빡하게 관리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팬택 계열은 올해 세 차례의 구조조정으로 한때 4200명이었던 직원을 2800명까지 줄였지만 자금난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기업개선작업, 일단 시작될 듯

한국산업은행은 “채권은행들이 대체로 담보 없이 신용대출을 해 준 상태여서 채권을 돌려받기 위해선 기업개선작업을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은행을 대상으로 한 서면 동의 때 100%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산은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자금을 추가 지원하거나 기존 채권에 대해 출자전환 등의 조치를 해야 하는 조건의 기업개선작업에는 반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건설은행은 최근 채권단회의 때 기업개선작업에 동의할 수도 있지만 출자전환은 곤란하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 여신과 채권 만기금액을 어떻게 막을지도 관건이다. 일단 기업개선작업을 시작할 때는 제2금융권의 동의가 필요 없지만 채권단 공동운영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동의가 필수적이다. 팬택 계열 회사채를 보유한 기관들이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앞으로 어떻게 되나

팬택 계열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되면 채무 상환 의무는 일시 정지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은 주도로 팬택의 재무구조와 사업 전망에 대한 실사(實査)도 진행된다.

팬택 계열 관계자는 “채권 금융기관들이 팬택 계열의 기술력과 기업 경쟁력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기업개선작업이 이뤄지면 금융권의 상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 관계자는 “내년에 미국 싱귤러와 버라이존에 휴대전화를 공급하기 때문에 이번 고비만 넘기면 자금 관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휴대전화 업계 관계자는 “팬택 계열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되면 중소 부품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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