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유동성 고삐 죄어 환율-집값 함께 잡는다

  • 입력 2006년 12월 8일 02시 56분


코멘트
외화예금에 적용되는 지급준비율(지준율)이 현행 5%에서 23일부터 7%로 오른다. 시장에서는 환율 안정과 시중 유동성 축소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또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는 4개월 연속 동결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일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준율 및 콜금리 조정 안건’을 의결했다.

○ ‘환율과 집값’ 잡기 위한 고육책

금통위는 이날 요구불 성격의 외화예금 지준율을 지난달 조정된 원화예금 지준율과 같은 수준(5%→7%)으로 맞추기로 했다. 요구불 성격의 외화예금 지준율이 오르는 것은 1990년 3월 8일 이후 16년 9개월 만이다.

은호성 한은 국제기획팀 차장은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들이 한은에 맡기는 외화예금 지준금이 현행 8억5000만 달러에서 11억1000만 달러로 2억6000만 달러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원화예금에 이어 외화예금까지 지준율을 올린 것은 환율 급락과 집값 상승을 잡아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원화예금 지준율만 높이면 원화예금 금리만 떨어뜨려 외화예금 쪽으로 돈이 몰리게 된다. 은행들은 외화예금 잔액을 외화대출 재원으로 사용해 외화 유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중에 풀린 외화가 많아지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나 원-엔 환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원화가치는 상승).

조휘봉 하나은행 자금운용부장은 “외화예금 지준율이 오르면 외화 유동성이 줄어드는 만큼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예금 지준율 인상이 집값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들어 금리가 싼 엔화 대출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집값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었던 만큼 지준율이 올라 외화대출이 줄어들면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외화예금 금리가 떨어져 외화예금 계좌에 돈을 넣어둔 개인이나 기업들의 이자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

○ 콜금리는 4개월째 동결

금통위는 이날 콜금리를 현 수준인 연 4.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준율 인상이 23일로 예정돼 있는 데다 경기 부진을 고려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관측과는 다른 얘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재는 “올해 2분기(4∼6월) 이후 성장 속도가 떨어져 일부에서는 경기 침체로 진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기우인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수출이나 소비, 설비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가 나아지는 만큼 앞으로 국내 경기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