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배출가스진단장치 의무 장착 2년 연기 가닥

  • 입력 2006년 12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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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수입자동차 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던 승용차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 의무 장착 규정이 2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환경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OBD 의무 규정이 2009년 1월로 연기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OBD는 자동차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계기반에 정비경고등이 들어오게 하는 시스템이다.》

○ 복잡한 OBD 손익계산서

환경부는 OBD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자동차 판매에 엄청난 차질을 빚는다는 유럽연합(EU)과 상당수 수입차 업체 등의 요청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부 방침은 15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이 유럽에 70여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고 반대로 유럽산 차량은 3만 대밖에 수입하지 않는 처지에서 EU 등의 유예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미국 방식의 OBD를 채택했기 때문에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지 않는 상당수 유럽산 차종은 OBD가 없다.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적용되면 유럽산 수입차 30여 개 모델의 수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유럽산 차종에 대한 차별’이라며 OBD규정의 시행을 늦춰 달라고 요구해 왔고 환경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이었다.

반면 모든 차종에 대한 OBD를 개발한 국내 자동차 5개사와 피해가 없는 일부 수입차 업체는 반사이익을 노리며 내년 1월 시행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최근 EU 자동차분과위원회 등이 ‘무역 장벽’까지 거론하며 외교적인 압박을 가해 오자 환경부는 규정 시행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유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됐다.

○ 유럽차 업체가 민감한 이유

유럽차 업체들은 OBD 의무 규정 유예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OBD 의무 규정에 걸리는 30여 개 차종 대부분이 유럽산이기 때문이다. 이들 모델이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월 말 기준으로 25%(9000여 대)에 이른다.

아우디는 OBD가 없는 아우디 ‘A4 1.8T’와 ‘A6 2.4’ 모델의 판매 비중이 52%를 차지한다.

BMW도 ‘320i’ ‘325i’ ‘523i’ 모델 등이 해당되며 판매 비중은 60%에 이른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푸조는 가솔린엔진을 단 6개 모델 전부를 수입할 수 없게 된다.

이들 업체는 본사에 문제가 되는 모델에 OBD를 부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부분 ‘한국의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거액의 개발비를 투입해 부착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각 수입차 업체는 해당 차량을 단종시키고 대체 차종을 투입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인기 모델들이 사라져 판매량 급감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져 왔다.

OBD 미적용 차량과 각 회사의 대응
해당 차종각 회사 대책
벤츠C180K, E200K, SLK200KOBD 개발 중
BMW320, 325, 523, X5 3.0 OBD 개발 중
아우디A4 1.8T, A6 2.4단종
폴크스바겐골프 2.0FSI, 파사트 2.0FSIOBD 적용 엔진으로 교체
푸조607, 407, 206cc, 307cc,206RC가솔린 모델 모두 단종
볼보S60 2.0T단종
재규어S타입 2.1, XJ 3.0, XJ 3.5단종 또는 디젤모델로 교체
사브9-3 리니어, 9-5 리니어OBD 적용 엔진으로 교체
포드몬데오 2.0단종.
렉서스RX400h미국 규격으로 교체
자료: 각 자동차 회사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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