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자격증…“+ α 있어야 살아남는다”

  • 입력 2006년 11월 23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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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회계법인 입사 2년차인 A 회계사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미국 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과가 끝난 저녁에는 매일 2시간씩 인터넷 동영상 강좌를 듣고 주말에는 전문 수험학원에 다니고 있다.

시험을 단계적으로 치르기 때문에 최종 합격까지 3년 정도 걸리지만 A 씨의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자리는 줄어들고 경쟁도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A 씨는 “기업분석 전문가가 돼 장기적으로는 펀드매니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예 다른 분야로 ‘튀는’ 회계사도 적지 않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1년차 회계사인 B 씨. 주변에서는 사시 준비에 최소한 2년, 사법연수원 생활 2년 등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며 만류하고 있지만 막무가내다.

그는 “사시 합격자도 1000명이 넘어 취업난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회계사+변호사’는 나름대로 경쟁력이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1년차 회계사 C 씨는 주말이면 모교 도서관에서 ‘금융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금융회사나 공기업 근무자가 회계사 자격증을 따려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꾸로 된 셈이다.

이런 때문인지 S회계법인은 최근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시험 경비 지원 방식을 바꿨다. 전에는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미국에서 치르는 AICPA 시험경비를 대줬지만 이제는 합격을 해야만 사후에 지원하기로 한 것.

이 회계법인 관계자는 “본인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면 미리 지원하지 않아도 알아서 따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자동으로 세금을 계산해 주는 전산프로그램 서비스까지 속속 나오고 있어 ‘세무사로만 먹고사는 시절도 길어야 5년 후면 끝난다’는 말이 파다한 세무사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인중개사, 경영지도사, 감정평가사 등의 자격증을 추가로 따내기 위해 다시 머리띠를 동여매고 있는 모습들.

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Y(여) 씨는 “뭔가 ‘+α’를 갖추기 위해 요즘 공인중개사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며 “나름대로 차별화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세무사도 늘고 있다.

안만식 예일회계법인 세무본부장은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조세법무학과 등이 새내기 세무사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학과를 개설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며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데다 나름대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지원자가 매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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