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에 맞춰 자산관리, 라이프사이클펀드 몰려온다

  • 입력 2006년 11월 16일 2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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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두 배쯤 많으면서도 노후에 얼마나 돈이 들지는 따져보지 않는다.'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외국계 은행인 HSBC가 한국 미국 일본 등 21개 국가의 2만 여 명에게 '은퇴 후 삶'에 대해 설문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은퇴가 두려운 한국인은 세계 평균(24%)의 두 배(48%)였다. 또 노후자금이 얼마나 들지 계산해본 적이 없다고 답한 한국인 응답자들은 66%였다. 이것도 평균(54%)을 웃돌았다.

이런 한국인들의 자화상에 포착한 금융상품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고단한 현실에 치여 노후 대비는 생각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설정한 '라이프사이클펀드'(LCF)가 그것이다.

미국에서 1996년 첫선을 보인 LCF의 규모는 10년 만에 3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서 올해 1월말 현재 약 1000억 달러(약 94조 원)로 급증했다.

●펀드가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재배정

LCF는 펀드가 알아서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인다는 게 특징이다.

즉 개인 투자자가 스스로 해야 할 '생애주기별 투자 원칙'을 펀드회사(또는 펀드매니저)가 대신 해주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투자 원칙'에 따르면 투자자는 나이가 들수록(혹은 현금이 필요할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으로 갈아타야 한다. 공격적 투자에 따른 실패(위험)를 극복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증권 상품기획팀 장영수 과장은 "투자할 시간과 여력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펀드 유형

펀드 내부적으로 자산 구성을 재조정하는 '목표 시점 청산형'과 투자자가 펀드를 갈아타는 '자산 배분형'이 있다.

'목표 시점 청산형'의 대표 상품은 우리증권의 '한국라이프사이클펀드'다.

판매 중인 펀드의 청산 시점은 2010년, 2015년, 2020년, 2025년, 2030년, 2035년.

30년 뒤 자금이 필요한 투자자는 '2035년 만기'에 가입하면 된다. 이 펀드는 초기 5년 동안 자금의 95%를 주식에 투자하다 5년마다 주식 비중을 10% 줄이고 채권을 10% 늘린다. 2035년엔 주식 30%, 채권 65%, 현금 5% 등의 자산 구성으로 펀드가 청산되며 2036년에 투자자금과 수익을 돌려준다.

'자산 배분형'은 금융사가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다른 여러 개의 펀드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연령, 투자기간 등에 맞춰 투자할 펀드를 바꿔준다.

삼성증권의 '삼성웰스플랜'은 주식편입비중이 80%인 '웰스플랜 80'부터 20%인 '웰스플랜 20'까지 6개의 펀드를 운용한다.

예를 들어 현재 50세인 투자자가 10년 뒤 자금이 필요하다면 초기 3년은 '웰스플랜 80'에 투자 자금을 넣고 이후 3년은 '웰스플랜 65', 이후 각각 2년은 '웰스플랜 50'과 '웰스플랜 35'로 옮겨 투자한다.

●가입할 때 주의할 점

아직은 도입 초기여서 회사별 상품의 차이가 커 꼼꼼히 비교하고 가입하는 게 좋다.

투자 방식도 LCF가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거나,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등으로 다르다.

신탁 보수도 투자 기간에 따라 줄어드는 펀드가 있는 등 다양하다.

만기 이전 환매는 자유로운 편이다. 적립식이냐, 목돈을 넣은 거치식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가입 3~12개월 뒤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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