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한파’ 다시 뚜렷해진 원화 강세…수출기업이 운다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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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가공업체인 A사는 지난해 미국에 700만 달러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수출 실적이 없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 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의류업체인 B사는 일본에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적자가 늘어난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외국 경쟁업체에 밀릴까 봐 수출 가격을 올리지 못한 탓이다. 이들 회사 관계자들은 “환율이 조금만 더 떨어지면 사실상 수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지난달 북한 핵실험 발표 이후 잠시 오름세를 보였던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원화 강세에 따라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에 수출되는 제품의 판매가가 올라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원-엔 환율 9년 만에 최저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5원 떨어진 달러당 93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5월 12일(932.7원) 이후 약 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북한 핵실험 직후인 10월 9일 달러당 963.9원에 이르렀던 환율이 불과 1개월여 만에 30원가량 하락한 것.

원-엔 환율은 최근 5일(거래일 기준) 연속 하락하면서 9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10일 원-엔 환율(외환은행 고시 기준)은 100엔당 794.03원으로 1997년 11월 14일(784.30원) 이후 가장 낮았다.

외환은행 구길모 외환운용팀 차장은 “연말로 갈수록 달러화로 표시되는 수출대금 수금액이 늘어나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원-달러 및 원-엔 환율 추이
구분원-달러(원)원-엔(100엔당 원)
3월 31일971.6826.82
6월 30일948.9826.93
9월 29일946.2802.27
11월 8일935.2794.90
11월 9일936.6794.20
11월 10일934.1794.03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종가, 원-엔 환율은 외환은행 고시 기준.

○ 원화 강세 원인은 뭔가?

최근 달러 및 엔화에 대한 환율이 다시 떨어지는 원인으로는 △미국 경제 부진과 달러화 약세 △일본의 금리 동결 움직임 △일단 고비를 넘긴 북핵 사태 등이 꼽힌다.

우선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연 1% 수준에 그친 데다 제조업 업황의 부진,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추락 등으로 미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보호무역주의와 달러화 약세를 통한 대외 통상공세 강화가 점쳐진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경제 성장을 위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라는 점 때문에 엔화도 원화에 비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핵실험 이후 북한이 국제사회의 예상보다 빨리 6자회담에 복귀해 한반도를 둘러싼 무력 또는 외교적 충돌 발생 우려가 어느 정도 줄면서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매수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 3대 수출 시장 무역수지 빨간불

산업자원부는 원화 강세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이른바 3대 수출 시장에서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1∼7월 한국은 일본과의 교역에서 145억97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적자 규모보다 6억8300만 달러 늘어난 것이다.

중국과의 교역에선 흑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4억6500만 달러 감소했다. 대미(對美) 무역은 여전히 흑자지만 지난해 24억3300만 달러에 이르던 흑자 증가폭이 올해는 4700만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산업연구원 양현봉 연구위원은 “현재의 환율 수준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며 “특히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한국 제품의 수출이 부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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