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 돈줄’ 걱정…적립식펀드 상반기 대규모 만기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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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장은석(30) 씨는 2004년 4월 주위의 권유로 주식형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월 50만 원씩 차곡차곡 돈을 넣어 내년이면 3년 만기를 맞게 된다.

장 씨는 “작년에는 가입 때와 비교해 수익률이 80% 가까이 났지만 올해는 증시 침체로 50% 정도로 낮아졌다”며 “내년 만기가 되면 펀드를 해약해야 할지,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국내에 본격적인 적립식 펀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 2004년이고, 2007년부터 3년 만기가 속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실제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긴 하지만 증시 침체가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지면 적립식 펀드의 대량 환매(중도 인출)로 증시에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 내년 1조4000억 규모 가입 3년 맞아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환매 대란(大亂)’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적립식 펀드 가입자들이 내년에 한꺼번에 돈을 빼면 증시에 적잖은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실 펀드상품의 만기는 정기예금이나 적금의 만기와는 개념이 다르다. 펀드는 일정 기간(대부분 90일 지나면 환매수수료가 없음)이 지나면 1년이든 10년이든 유지했다가 원하는 시기에 빼면 된다. 기간 연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펀드에서 만기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다른 펀드로 갈아타더라도 ‘일단 3년이 됐으니 돈을 찾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그 돈이 다시 유입되기 전까지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고 했다.

적립식 펀드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경우 내년에 가입 3년이 되는 적립식 펀드는 1조2000억 원에 이른다. 펀드 전체로는 1조4000억 원어치가 내년이면 가입 3년차가 된다.

이 가운데 얼마나 인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증시 상황이 안 좋으면 돈을 뺄 거고, 너무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돈을 인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느 경우에든 환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적립식 펀드 만기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만큼 만기가 된다고 해서 다 돈을 찾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부터 국민연금 주식운용규모가 6조 원 이상 증가하는 등 새로운 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것”이라며 ‘환매 대란’ 가능성을 일축했다.

○ 증시자금 유입 갈수록 감소세

적립식 펀드는 올해 한국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올해 들어 6일까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입금액을 뺀 것)한 금액은 10조9324억 원. 이 정도 금액이 빠졌는데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은 주식형 펀드의 60%를 차지하는 적립식 펀드가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7월까지 월 1조 원 이상이던 적립식 펀드 증가 금액이 8월 8260억 원, 9월 5760억 원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증시 침체 여파로 10월에는 더욱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증시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일부 투자자가 환매를 시작한 때문”이라며 “해외 펀드로 갈아타는 투자자들도 늘었다”고 풀이했다.

증시자금이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증권 전문가들은 “그동안 돈줄 역할을 해 온 적립식 펀드 자금이 고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소비가 살아나고 기업 실적이 증가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펀드 가입 고객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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