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반란사건…“여러 정유사 기름 팔게 해달라”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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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에서 제품을 공급받으면 기름값이 낮아진다.’(주유소업계)

‘품질을 유지하려면 상표 표시를 지켜야 한다.’(정유업계)

주유소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유소 부당상표 표시금지 고시’ 폐지를 주장하며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유업체들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두 업계 모두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 주유소업계 “상표 규정 폐지해야”

7일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일부 주유소 업주들이 공정위의 부당 상표 표시 금지 고시를 폐지하기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이날 “현재까지 5000여 명의 자영주유소 업주가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주유소업계가 폐지를 주장하는 공정위 고시의 주요 내용은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단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 제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 고시는 2001년 제정됐다.

주유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달면 그 회사 제품만을 판매해야 한다는 원칙은 계약서에 명시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법으로까지 규제할 이유가 없다”며 “정유회사들이 이 고시를 빌미로 자기 회사와의 거래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을 두고 경쟁하게 되면 소비자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주유소 측의 주장이다.

현재 폴 사인을 달지 않고 영업하는 주유소도 일부 있지만 주유소협회 측은 “폴 사인이 없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매출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 정유업계 “품질 보증 위한 제도”

정유업체 관계자는 “상표 표시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은 특정 정유사의 폴 사인을 그대로 두고 그때그때 가격이 싼 제품을 공급받거나 여러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겠다는 속내”라며 “만약 상표 표시와 다른 회사의 제품을 팔거나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을 섞어 팔다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으로라도 상표 표시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는 “소비자에게 품질 보증을 해 주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제도화한 것”이라며 “이 제도가 생긴 2001년 이후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유소협회는 서명 작업을 마치는 대로 국회 및 정부에 고시 폐지 청원을 낸다는 방침이어서 이 제도를 둔 주유소업계와 정유업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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