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규모 20조 원 육박…'올인' 투자는 위험

  • 입력 2006년 11월 6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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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해보자.

'세계 주식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 된다. 만약 내가 한국시장에만 투자한다면 나머지 98.7%의 투자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이런 투자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해외펀드에 손을 대도 좋다. 세계는 넓고 투자할 곳은 많다. 분산투자를 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해외펀드에는 환율변동 위험이라든가, 국내 펀드와 달리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등 유의할 점도 적잖게 있다.

●해외펀드 규모 20조 원 육박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펀드 투자규모는 19조888억 원. 지난달 초 북한 핵실험의 영향으로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해외펀드는 말 그대로 해외의 유가증권(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는 세가지 형태로 나뉜다.

우선 역외(域外)펀드가 있다. 외국 자산운용사가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펀드를 설립하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돈을 모아 세계 각국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국내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방법, 국내 운용사가 해외 운용사에 투자하는 재간접투자(Fund of fund)도 해외펀드의 한 형태다.

이렇게 모아진 자금으로 투자자 취향에 따라 주식형 및 채권형 또는 대형주, 중소형주 등에 투자할 수 있고, 특정 국가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일 수도 있다.

● '올인' 투자는 위험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조건은 분산투자다. 자산의 적절한 배분으로 위험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해외펀드는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다. 요즘과 같이 세계 증시가 동반상승하는 추세일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모든 투자상품이 다 그렇듯 해외펀드도 몇 가지 약점을 안고 있다.

가장 큰 게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해외펀드에 돈을 넣으면 이 돈이 달러로 환전된 뒤 다시 해당국가의 통화로 바뀌어 투자된다. 만약 원화가 강세라면 나중에 해외펀드 수익률이 좋아도 다시 원화로 바꿀 때 환차손이 생겨 재미를 못 볼 수도 있다.

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선 환헤지 계약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1년 뒤 1달러=무조건 900 원' 이런 식으로 환율을 고정시키는 계약이다. 하지만 이 때 수익률 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1년 뒤 환율이 1달러=1000 원이라면 원화로 환전할 때 달러당 100 원의 추가 이익을 볼 수 있는데, 무조건 900 원에 고정시키는 환 헤지 계약을 함으로써 100 원을 손해본다는 얘기다.

해외펀드는 운용보수 외에 1~1.5%의 선취수수료를 뗀다는 점,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국내 펀드와 달리 15.4%나 되는 소득세가 붙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이것 저것' 떼이는 돈이 많다.

피델리티자산운용 방유진 상무는 "해외펀드는 분산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고수익을 기대하며 한 곳에 '올인'하는 것보다 미국, 유럽의 선진시장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 시장에 적절히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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