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 설 땅 좁아질라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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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부장인 서모(43·서울 송파구) 씨는 르노삼성자동차 SM 520V를 팔고 최근 3000만 원대 수입 디젤승용차인 폴크스바겐의 골프를 구입했다. 서 부장은 16년 동안 국산차 4대를 바꿔 타 왔다. 그는 “국산차를 오래 탄 데다 요즘은 수입차 가격 부담도 옛날보다 적어 외제차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개방된 것은 1987년 1월. 첫해 수입차 판매실적은 고작 10대였다. 그러나 개방 20년을 앞둔 올해 예상 판매 대수는 4만 대로 늘었다.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일부 차종은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수입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低價) 자동차의 한국시장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다소 여유를 보였던 국내 업체들은 내년에 수입차 국내 시장점유율이 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 수입차 판매 꾸준히 증가

1987년 10대가 판매돼 시장점유율이 0.004%에 불과하던 수입차는 2002년 1%를 넘어선 뒤 2004년 2%대, 2005년 3%대, 올해 4%대로 높아졌다. 내년에는 수입차 시장의 한계로 여겨지던 5% 벽마저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8000만 원 이상 고급 수입차뿐 아니라 중산층도 접근 가능한 3000만∼5000만 원대 차량의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대로 가면 2015년경 수입차 국내 시장점유율이 10%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2010년 수입차 판매는 올해의 두 배인 8만 대, 시장점유율은 7∼8%를 예상하고 있다”며 “국산차 품질이 수준급으로 높아졌지만 소비자의 개성과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수입차 판매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긴장하는 국내 업체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최근 ‘수입차 시장점유율을 5%대로 막으라’는 내수시장 전략 슬로건을 내놨다. 수입차 시장을 최상류층을 위한 틈새시장 정도로 보고 있던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최근 중저가 수입차종까지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자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에쿠스와 오피러스 그랜저 등 높은 수익을 주는 고가(高價) 차종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작전’을 펴고 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5%를 넘어서면 내수시장에 상당한 위협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수입차 유지비가 국산차에 비해 훨씬 비싸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수입차는 긍정적 자극제

수입차가 국내자동차 업체에 위협이 되고 있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많았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은 “고급차에는 고급서비스가 있어야 한다는 콘셉트를 수입차업체로부터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현대·기아차그룹은 에쿠스 오피러스 등을 판매하며 고급차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등 고급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5년 4월 일본 혼다 본사를 방문해 생애고객관리프로그램 운용 방안을 살펴본 뒤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급차 전용 매장을 따로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는 2001년 1월부터 에쿠스 전용 매장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2003년 3월부터 오피러스 판매를 시작하며 전용 매장을 만들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프리미엄 서비스에 자극받은 측면이 강한 게 사실”이라며 “프리미엄 차량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대우를 해드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마케팅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 한국시장 넘보는 중국산 저가 자동차

중국산 저가 자동차의 위협도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북아프리카에 이어 내년부터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 자동차업체가 한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상당한 가격경쟁력으로 소형차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곽상욱 주임연구원은 “중국 체리자동차는 내년부터 미국에 5개 모델을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한국시장 진출이 언제일지 단정할 수 없지만 머지않은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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