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게 기업입니까?…최근 5년 유독 법인세만 초과 징수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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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연 매출액 수십억 원 규모의 화학업체를 운영하는 A 사장은 지난해 1억 원 정도 적자를 냈지만 수치를 약간 ‘손봐서’ 흑자를 낸 것으로 돌려놓았다.

그는 “흑자를 내면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전년보다 어느 정도 법인세를 늘려 신고해야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이 24일 공개한 재정경제부의 ‘국세(國稅) 수입 예산대비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02∼2006년 전체 국세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당초 예상했던 세입 예산보다 최저 3.5% 덜 걷히고 최고 2.0% 더 걷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중 소득세, 상속증여세 등 다른 세목들은 전체 세수와 비슷하게 덜 걷히거나 더 걷혔다. 그러나 법인세는 경기와 상관없이 항상 세입 예산보다 4.5∼19.2% 초과 징수됐다.

재경부는 매년 9월 말이면 이듬해 얼마나 세금이 걷힐지 예상하는 ‘세입 예산’을 짜 발표한다. 이듬해 수입이 얼마나 들어올지 예상해 세목(稅目)별로 얼마씩 걷힐 것인지 추정하는 것.

발표 이듬해 경제 상황에 따라 실제 세금을 걷고 보면 늘 오차가 있게 마련이다. 세목에 따라 더 걷히기도 하고, 생각보다 덜 걷히기도 하는 것. 그런데 유독 기업의 수익에 대해 과세하는 법인세만은 늘 더 걷힌 것이다. 특히 세수 실적이 나빴던 2004년과 2005년에도 전체 국세는 각각 4조2729억 원과 3조1475억 원 마이너스였지만 법인세는 각각 1조703억 원, 3조4691억 원 초과 징수됐다. 올해도 2조2001억 원가량 더 걷힐 전망이다.

김 의원은 “기업과 관련된 법인세는 경기와 무관하게 늘 더 걷히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들로부터 법인세를 무리하게 거두면 기업 투자의욕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세금이 과도하게 걷히지 않도록 정확하게 세수를 예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조세연구원 박형수 연구위원은 “법인세 관련 예산은 외부 변수가 워낙 많아 보수적으로 예산을 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초과징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 관계자들은 전년보다 법인세를 일정 수준 늘려 신고하면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는 ‘인정(認定) 과세’ 등의 영향이 크고 세무 당국이 세수가 부족할 때 손쉽게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기업을 압박하는 점도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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