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비웃듯 집값 또 들썩… 공급 확대로 U턴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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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정됐던 집값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가 ‘분당급(級)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발표는 세금 중과(重課) 등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부동산 대책이 한계에 이름에 따라 공급 확대 쪽으로 돌아섰음을 뜻한다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종합부동산세 강화, 각종 개발부담금 부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썼는데도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 상승세를 타는 일이 반복되자 공급을 대폭 늘려 집값을 잡아 보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집값 안정’이란 명분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건설경기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이란 실리를 함께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내년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

○ 집값 안정-경기 부양 ‘두 마리 토끼’ 노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23일 사전 예고도 없이 불쑥 건교부 기자실을 방문해 신도시 추가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신도시 건설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자칫 수도권 전체의 땅값을 들썩이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식 발표와 세부 설명이 이어지던 그동안의 관례에서 한참 벗어난 것.

‘초특급’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최근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집값 상승세를 조기에 잡아 보겠다는 정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신도시 건설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많다.

최근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는 잇따라 우리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 4.6%보다 0.3%포인트 낮은 4.3%로 예상했다.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는 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대선을 의식한 부양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이미 바뀐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급 확대라는 방향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확한 수요예측도 없이 신도시 계획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이달 1곳, 내년 상반기 1곳 이상 발표

이날 추 장관은 신도시 후보지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아니면서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버금가는 규모가 될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박선호 주택정책팀장은 “이달 중 발표될 신도시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분당 규모의 신도시는 내년 상반기(1∼6월)에 추가로 발표되는 곳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건교부 안팎에서는 새 신도시 후보지에 대해 서울에서 50∼60km 떨어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선상의 수도권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신도시 후보지로는 일단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인천 서구 검단동 당하동 원당동 일대 550만 평 규모의 검단신도시는 인천시가 올해 6월 택지개발지구 지정을 건교부에 신청한 상태다.

경기 포천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포천신도시도 규모가 500만 평 이상이어서 주요 후보지로 꼽힌다.

경기 남부지역에서는 지난해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가 후보지로 언급했던 과천시와 안양시 사이와, 오산, 이천, 광주, 용인시 동부권역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서울 강남권에 가까워 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 하남시도 거론되고 있지만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곳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신도시 조성 때마다 후보로 꼽히는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 일대 서울공항은 국방부의 반대로 후보지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 확대되는 기존 신도시는 동탄이나 파주가 유력

추가로 확대되는 신도시는 화성시 동탄신도시가 가장 유력하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는 현지 조사를 통해 최소 200만∼300만 평의 추가 개발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신도시(274만 평)를 포함해 최대 600만 평까지 확대될 수 있어 주택 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파주시 운정신도시도 유력한 검토 대상이다. 현재 운정신도시는 1, 2지구를 합쳐 285만 평 규모다. 운정신도시를 파주출판문화단지와 교하지구까지 확장하면 600만 평 규모의 신도시가 된다. 대한주택공사도 운정신도시를 확대 개발할 것을 건교부에 건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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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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