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제로’ 주식회사…기업들 심리상담 도입 잇따라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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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A(37) 과장은 7월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 ‘슬럼프’에 빠졌다. 열심히 일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고 실수가 잦아졌다. 스스로도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니 상사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피하게 됐다.

내성적인 B(31) 대리는 강압적인 C 차장이 상사로 오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C 차장은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고 수시로 “너는 왜 그렇게 일을 못하느냐”며 면박을 줬다. B 대리는 술로 스트레스를 풀다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버릇이 생겼다.

최근 A 과장과 B 대리는 회사의 ‘심리 상담소’에서 심리치료를 받은 뒤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이들의 마음에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던 것은 불안이었다. A 과장은 ‘휴가 때 놀고 왔으니까 풀어져 보일 거야. 자칫하면 밀려날 수 있어’란 생각이 강박관념이 됐다. B 대리는 ‘내 목소리가 커지면 상사가 싫어할 거야’라고 생각하다가 쌓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원인이 비슷한 만큼 회사 심리상담사는 비슷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소신껏 행동하라는 것. 상담사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역할극’ 훈련까지 실시했다.

○ 회사가 직원의 스트레스 관리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심리상담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04년 사내에 심리상담소를 설치한 이후 지난해에는 LG전자가, 올해는 LG CNS가 ‘마음 쉼터’란 이름의 상담소를 개설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외부 상담소와 용역계약을 해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기업들이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이유는 좋은 인재를 뽑아서 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조직의 분위기를 침체시키고 결근이나 이직을 늘려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직장 인간관계 상담이 가장 많아

심리상담소에서 다루는 내용은 무척 다양하지만 가장 많은 것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다. 상담 신청자 중에는 폭언을 일삼는 상사나 제멋대로인 부하직원 때문에 노이로제가 생긴 사람들까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의 심리 및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최근에는 ‘일 중독증’ 때문에 생긴 가정불화와 관련한 상담도 많이 늘고 있다. 심지어 아내가 외도 사실을 밝히고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며 찾아온 직원도 있었다. 상담 후 일과 가정의 균형이 중요함을 깨달은 이 직원은 “내 불찰이다. 아내를 설득해 보겠다”며 돌아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처럼 젊은 생산직 직원이 많은 곳에서는 이성관계와 관련한 상담이 상대적으로 많다.

○ 문제점 해결이나 ‘문제 직원’ 관리에 도움

심리 상담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동시에 조직의 문제점이나 ‘문제 직원’을 가려내는 기능도 있다.

삼성전자는 입사 1년차 이내 신입사원들의 심리 상담이 많다는 사실에서 자유분방한 신세대와 조직생활을 오래한 선배 세대 사이의 갈등을 찾아냈다. 회사는 상사들이 신세대의 특징을 이해하고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익히도록 교육을 실시했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의 전재영 상담실장은 “연구원들의 경우 내성적이고 분석적인 성격이 많다”며 “간부들에게 어떻게 연구원들과 의사소통해야 할지를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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