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韓美고위직 “작전권 이양 신중해야” 한 목소리

  • 입력 2006년 9월 25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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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신라호텔에서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 연설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이양하는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힌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연합.
25일 신라호텔에서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 연설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이양하는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힌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연합.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천용택 전 국방장관 등 한미 전직 고위당국자들이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단독행사)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1세기 한미관계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토론회에서 “나는 (작전권 조기 이양을 주장하는) 럼즈펠드 국방장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작전권 이양 때 효율성이 올라가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자주국방을 강조했듯이 모든 국가가 자율성과 자주국방을 원한다”면서 “그러나 어떤 국가도 100% 자주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우방과 손잡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전권을 이양하게 되면 한국에는 두 개의 사령부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방위력과 억지력을 높일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령부가 하나로 통일 되는 것은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군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누군가가 사령부를 두 개 병렬로 두는 게 효과적이라고 증거를 댄다면 살펴볼 용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작전권 이양은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혹시 미국이 완전히 한국에서 철수하려는 게 아닌가’, 혹은 ‘중국 견제에 한국군을 끌어들이기 위한 책략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는다”며 “이런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 용어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때 국방부 장관을 지낸 천용택 전 장관은 “작전권을 가져오자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훗날 역사에 엄청난 심판을 받을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태우 정부 시절 현역 군인으로서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실무 협상에 참여했던 천 전 장관은 “고대 이래 모든 전략가들은 전쟁에서 단일한 지휘의 통일을 가장 중시했다”며 “훌륭한 두 장군이 지휘하는 것보다는 우둔한 한 장군이 지휘하는 게 낫다. 작전권을 가져와야 자존심이 확보된다는 것은 전쟁과 전략의 본질 이해 못한 나이브(순진한)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굳건할 것이라는 미국 측의 문서상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전쟁 지휘 책임이 있고 없고는 전쟁이 발발했을 때 바로 개입할 수 있느냐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천 장관은 한반도의 전쟁이 터지면 1300조원이 넘는 미군 전력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신 항공기가 2000~3000대 날아오고 항공모함 1척과 구축함, 잠수함, 순양함 등 거대한 전투력이 동남서해상에 나타난다. 해병대 미 1군단 등 69만 명이 온다”며 “미군 장비만 계산해도 1300조원이 넘는데, 한해 150조에 불과한 우리 국가 예산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 지속능력도 관건이다. 미국은 1,2차 세계 대전을 치르며 글로벌 군수지원 체계를 수립해 놨지만 우리는 아주 기초적인 것만 비축해 놓고 있다”며 “북한이 내려와 봤자 이긴다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전권을 영원히 가져오지 말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 가져오는 것은 백해무익하다”며 “내달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작전권 이양의 시기를 절대로 못 박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카신저 전 장관 “한미FTA땐 투기자본 공격 막아”▽

앞서 진행된 ‘21세기 한미관계와 FTA’ 토론회에서 한미 고위관료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동맹을 한 단계 발전시킬 뿐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티어도르 카신저 전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한미 FTA가 체결로 더 많은 자본이 한국에 유입된다면 론스타 뉴브릿지 칼라일 같은 사모펀드(PEFㆍPrivate Equity Fund)의 악의적인 공격으로부터 받는 피해도 줄어 들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카신저 전 장관은 “이들 펀드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공격적인 반응에 놀랐다. 부실한 회사를 되살려 놓았는데 반응이 의외였다”며 “처음부터 규칙을 잘 정해놔야 하며 팩트(사실) 중심으로 행동하고 이런 펀드가 어떻게 투자 구조를 정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FTA를 통해 한국은 미국 시장에 많은 접근권을 가지면서 동시에 이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 FTA협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양국에 혜택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측 토론자인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는 “국제적인 자본의 세무 부분은 한국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들이 얻은 사모 주식투자의 이익이 크고 조세 조약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 국회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안충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의 경우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비율이 상당히 크고 론스타의 경우 세금 탈세액 문제가 심각했다”며 “최근 한국에서 열린 OECD 국세청장 회의에서도 사모투자펀드 모니터링 방안이 연구됐다. 곧 어떤 방안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2부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이들 외에도 앤드루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베이커 4세 법무법인 베이커보츠 대표 변호사, 문정인 연세대학교 정외과 교수 등이 기조연설자와 사회자로 나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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