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 ‘자연’이 내려와 산다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코멘트
컴컴하던 아파트 지하공간이 확 달라지고 있다. 지하 주차장이 밝아졌고 각종 편의시설을 지하에 배치하는 아파트도 많아졌다. 서울 강남구 ‘GS 개포자이’의 지하 주차장, 경기 용인시 ‘구성2차동일하이빌’ 지하 주차장, 경기 부천시 ‘상동 쌍용 스윗닷홈’의 선큰 가든(왼쪽 큰 사진부터 시계방향). 사진 제공 GS건설·동일토건·쌍용건설
컴컴하던 아파트 지하공간이 확 달라지고 있다. 지하 주차장이 밝아졌고 각종 편의시설을 지하에 배치하는 아파트도 많아졌다. 서울 강남구 ‘GS 개포자이’의 지하 주차장, 경기 용인시 ‘구성2차동일하이빌’ 지하 주차장, 경기 부천시 ‘상동 쌍용 스윗닷홈’의 선큰 가든(왼쪽 큰 사진부터 시계방향). 사진 제공 GS건설·동일토건·쌍용건설
경기 용인시 구성동 ‘구성2차 동일하이빌’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어두침침한 여느 주차장과 달리 햇빛이 들어온다. 아파트 동(棟)과 동 사이의 바닥을 뚫어 주차장 천장에 창(窓)을 냈기 때문. 주차장 바닥에 심은 대나무는 창 너머로 높이 뻗어있다.

주민 최경숙(49) 씨는 “주차장에도 바람이 들어와 공기도 맑고 쾌적하다”며 “무엇보다 주차장 특유의 음습한 느낌이 사라진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단지 지하 1∼3층에는 골프연습장 수영장 사우나 스쿼시장 등이 들어섰다. 월 6만 원이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전체 가구의 80% 이상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던 아파트 지하 공간이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컴컴한 주차장이 전부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데다 주차장도 밝아졌다.

○음침한 지하 주차장은 가라

최근 분양되거나 입주예정인 아파트의 주차장은 대부분 채광과 환기를 위해 천장에 구멍을 뚫은 게 특징이다. 위쪽에서 햇빛이 들어온다고 해 ‘톱 라이트(Top Light) 시스템’으로 불린다.

내년 입주 예정인 경북 포항시 효자지구 ‘효자웰빙타운 SK뷰’ 주차장 천장에는 10m나 되는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지구 ‘다숲캐슬’(올해 입주 예정)과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장자이’(2008년 입주 예정) 등도 이런 톱 라이트 시스템이 도입된다.

오목렌즈로 모은 햇빛을 거울에 반사시켜 지하 주차장에 내려 보내는 방식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내년 하반기 분양하는 ‘대림e-편한세상’부터 이 같은 ‘태양광 집광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 이 회사 기술연구소 배상환 과장은 “이 시스템의 밝기는 1500룩스로 형광등 조명보다 2배 이상 밝다”고 설명했다.

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하거나(서울 강남구 개포동 GS 개포자이), 피터르 몬드리안의 그림을 본뜬 벽화(서울 강북구 미아6동 삼각산아이원) 등 주민들에게 미술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주는 아파트도 잇따르고 있다.

○움푹 꺼진 정원에서 파티를

전북 군산시 수송지구의 ‘군산수송 아이파크’, 경기 이천시 갈산동 ‘현진에버빌’, 경기 화성시 향남지구 ‘우미 린’ 아파트, 인천 남동구 서창지구 ‘서창자이’ 등에는 지하 1층 깊이로 움푹 꺼진 정원인 ‘선큰 가든(Sunken Garden)’이 조성된다.

이 정원은 단지 지하 골프장 독서실 영화감상실 헬스장 등과 연결돼 주민들이 어울리기 좋은 공간이 된다.

GS건설 주택설계팀 이정훈 과장은 “선큰 가든의 깊이는 지하와 같지만 실외에 있어서 탁 트인 느낌을 주고 지하의 편의시설과 연결돼 있어 지하공간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 풍산지구 ‘우남퍼스트빌리젠트’ 연립주택(40∼48평형)은 입주민에게 6∼17평형의 지하공간을 별도로 준다. 주민들은 이 공간을 실내골프연습장, 서재, 음악 감상실 등으로 꾸밀 수 있다.

○지하에 빗물 모아 물 아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 더 포스코 오데움’ 아파트와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 주상복합아파트의 지하에는 빗물 저류시설이 설치됐다. 건물 지붕에 내리는 빗물을 지하에 설치된 저류시설에 모은 뒤 여과기를 통해 불순물을 거르는 방식이다.

깨끗해진 물을 화장실 분수대 소화전 조경시설 등에 공급해 수돗물을 절약한다. 뿐만 아니라 빗물을 당분간 저장하기 때문에 장마철 홍수방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르면 2008년부터 신도시나 일정 규모 이상의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이처럼 빗물을 저장했다가 흘려보내는 저류시설을 만드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