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집중력’없는 산탄총”

  • 입력 2006년 9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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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좋아도 ‘민생’이 어려울 수 있다. 경제로 본다면 물가, 수출, 성장률 등이 아주 좋거나 정상으로 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KBS 특별회견에서 밝힌 한국경제 진단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때를 전후해 나라 안팎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경제를 어둡게 본 전망치들이 쏟아졌다. ‘민생’만이 아니라 ‘경제’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 점점 어두워지는 한국경제

국제통화기금(IMF)은 13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4월 전망치 5.5%보다 0.5%포인트 낮은 5.0%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도 4월의 4.5%에서 4.3%로 0.2%포인트 낮춰 전망했다.

▶본보 일부 지역 14일자 A2면 참조
▶IMF,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높여…한국성장률은 낮춰잡아

국내 민간 연구기관의 예상은 더 어둡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4.7%와 4.1%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망치도 4.8%와 4.3%였다,

경상수지(국가 간 거래 중 자본거래를 제외한 거래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지 못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40억 달러 흑자 전망’을 철회하고 사실상 제로(0)를 뜻하는 ‘균형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

올해 통합재정수지(예산과 기금 등 정부의 모든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치)도 9000억 원 적자를 보일 전망이다. 이러다 미국경제의 고질로 지적되는 ‘쌍둥이 적자(재정적자+경상수지 적자)’ 현상이 조만간 한국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정부만 ‘홀로 낙관론’ 고수

이 같은 ‘경고’가 잇따르자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국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성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여전히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4.9%를 넘어 5%를 달성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4.6% 정도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5%가 가능하다는 근거는 하반기(7∼12월)에 아무리 나빠도 4.3% 밑으로야 떨어지겠느냐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1∼6월) 성장률이 5.7%였기 때문에 하반기에 4.3%만 되면 연간 5%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와 환율 등이 ‘도와주면’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 “정책 오류로 한국경제 흔들린다”

많은 경제 전문가는 현 정부 들어 성장 잠재력 확충과 거리가 먼 경제정책이 3년 반에 걸쳐 누적되면서 한국경제를 구조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허찬국 한경연 경제연구본부장은 “정권 초기부터 성장 잠재력 확충에만 집중했더라면 지금쯤 성과를 낼 수도 있었을 텐데 현 정부의 정책이 ‘산탄총’처럼 온갖 방향으로 터져 나와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정책, 국토균형발전정책, 각종 복지정책 등으로 정부의 역량이 분산돼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언제든지 6∼7%로 높아질 수 있다”며 “기업규제 완화 등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만이 경제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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