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 “회사 힘들수록 미래에 투자”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14분


코멘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건물에 팬택계열이 마련한 차세대 디자이너를 위한 ‘대학생 디자이너 커뮤니티’ 작업실. 박응규 기획팀장(왼쪽)이 3기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휴대전화에 대해 장단점 등을 지적해 주고 있다. 김동주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건물에 팬택계열이 마련한 차세대 디자이너를 위한 ‘대학생 디자이너 커뮤니티’ 작업실. 박응규 기획팀장(왼쪽)이 3기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휴대전화에 대해 장단점 등을 지적해 주고 있다. 김동주 기자
1970년대 미국 젊은이의 상징 ‘닷지 챌린저’ 스포츠카, 하나의 면(面)으로 이어진 띠를 구부려 만든 독일 ‘비트라’ 의자….

사무실 안 곳곳에 붙어 있는 사진과 메모지를 보고 무엇을 디자인하는 곳인지 물어보았다. 박응규 팬택계열 디자인기획팀장은 “디자인이요? 여기는 깨달음을 얻는 곳입니다”라고 선문답을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증권사 건물 10층. 이곳에는 팬택 계열이 2004년부터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 4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디자이너 커뮤니티’의 작업실이 있다.

박 팀장은 “처음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학생들이 기존 제품을 일부 변형한 아류작들만 내놓아 놀랐다”며 “창의력이 없고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선 기초부터 다시 가르치죠. 창의력 키우기, 발상 전환하기 등을 통해 ‘학생’이 ‘디자이너’가 되는 걸 돕습니다.”

해마다 15∼20명 선발되어 미국 3대 디자인전문 업체인 ‘IDEO’와 ‘휴즈프로젝트’, ‘프로그 디자인’을 오가며 유명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과 세미나를 반복한다.

14일에도 미국 ‘휴즈프로젝트’의 이브 베하 대표와 독일 ‘디자인3’의 볼프강 바그너 대표가 방한해 이들을 위한 세미나를 연다.

이렇게 교육받은 예비 디자이너들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른 국내 업체에서 많이 데려간다. 팬택 계열에 남는 비율은 30% 미만. 각기 개성이 다른 디자이너 중 팬택에 가장 적합한 인재만 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재를 ‘독식’하지 않겠다는 뜻도 있단다.

팬택 계열이 이들에게 투자하는 금액은 매년 1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203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은 줄이지 않았다. 팬택 계열은 올해 600여 명을 구조조정했지만 디자인 관련 인력은 10% 증원했다.

좀 과한 투자는 아닐까? 허진 디자인본부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성장 동력에 투자해야 기업의 미래가 밝아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